대형마트 3사 저렴한 가격에 SPA브랜드 출시
명품 협업 등으로 새활로 찾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맞벌이부부 김주현(35)ㆍ이소정(여ㆍ33)씨는 지난 주말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들렀다 냉장고보다 남편 옷장을 더 채웠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입을 수 있는 남성 가디건부터 동절기 바지, 매일 갈아입는 셔츠까지 백화점은 물론, 해외 제조ㆍ유통 일괄(SPA)브랜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보자 이씨의 지갑이 저절로 열린 것.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과 원단까지 나무랄데가 없었고, 깔끔한 매장도 부부의 구매욕을 부채질 했다. 이씨는 "패션에 민감한 여성과 달리 남성들은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다니기 때문에 특별히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다"면서 "마트옷도 고급스럽게 잘 나오고 가뜩이나 불경기인데 가성비(가격대비품질) 좋은 마트옷을 자주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옷을 갈아 입고있다.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일색이던 대형마트들이 남성패션을 강화하고 나선 것. 최근 수년간 매출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탈출구로 SPA브랜드를 내놓거나 아직까지 미개척 영역인 남성패션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패션기업 파크랜드와 손잡고 남성 SPA브랜드숍 '제네럴 리퍼블릭'을 부산 동래점에 오픈했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이른바 '그루밍족'이 증가하면서 올해 상방기 파주 문산점과 김제점에 이어 3번째 매장을 연 것이다. 제너럴 리퍼블릭에선 파크랜드 산하의 다양한 남성 패션 브랜드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했다.
대형마트 SPA브랜드의 효시격인 이마트의 '데이즈'도 최근 스타필드 하남에 데이즈 전문점을 열면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라르디니'와 협업 제품을 내놨다. 데이즈는 2010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한국형 SPA브랜드를 콘셉트로 출시한 브랜드로, 이마트는 최근 남성패션을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마트 역시 올 3월 자체 SPA브랜드 '테'를 출시하면서 국내 남성복 대표 디자이너인 한상혁씨와 협업해 맨투맨 티셔츠를 선보였다. 당시 맨투맨 티셔츠는 출시 일주일만에 비슷한 스타일의 티셔츠 판매량의 3배가 팔리며 주목받았다.
대형마트들이 남성패션을 정조준한 것은 마트 핵심고객층인 주부들이 남성복을 주로 장바구니에 담기 때문이다. 주부들이 장보러 대형마트에 들렀다 자신의 옷보다 남편과 자녀의 옷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 롯데마트의 테 매장에선 남성복 비중이 45%, 여성복은 35%, 아동 20% 등이지만, 올해 7월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매출 비중은 남성 58%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여성복과 아동복 매출비중은 각각 16%, 26%에 불과했다. 이마트 데이즈의 경우에도 스타필드 하남 전문숍에서 남성 라인을 강화하면서 남성복 매출비중은 올 상반기 26.6%에서 28.7%(9월1일~10월16일) 뛰었다.
스페인의 자라, 이탈리아의 H&M 등 해외 패스트패션(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 브랜드가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안착한 점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대형마트에서 남성패션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20~30대 젊은 남성들이 '싸구려'라는 인식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구매를 기피했지만, 최근 SPA브랜드의 인기로 중저가 의류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 등으로 마트옷도 품질 좋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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