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1억1000만원 웃도는 수입 럭셔리 자동차 판매량 19% 급증…경차는 11% 줄어
일본 도쿄(東京)의 BMW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BMW그룹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100대 한정 생산된 '뉴 750Li x드라이브 비전 100' 에디션 옆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경제가 어려운 요즘 일본의 소비자들은 샴푸에서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싼 물건만 찾아 다닌다. 그러나 자동차에 관한 한 롤스로이스ㆍBMW 같은 고급 브랜드가 인기다.
지난 1~9월 일본에서 대당 1000만엔(약 1억1000만원)을 웃도는 수입 럭셔리 자동차 판매량은 19% 급증해 1만3605대에 이르렀다.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최저 1만1000달러(약 1250만원)짜리 닛산 데이즈 같은 경차 판매량은 11% 줄어 130만대에 그쳤다.
롤스로이스ㆍBMW 같은 고급차 메이커들은 새로운 매장을 확보하느라 분주하다.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차 소유에 별 관심이 없다. 업계로서는 죽을 맛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세 대 가운데 한 대는 경차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로 2년 연속 차 판매량이 줄 듯하다.
BMW재팬의 페터 크론슈나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일본 시장에 여전히 돈이 많다"며 "1000만엔이 넘는 고급차 구매자는 대개 일본 경제의 중추랄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BMW의 세단형 '7시리즈' 판매량이 거의 세 배로 늘었다. BMW 딜러들은 오는 2020년까지 판매망 확충에 4억유로(약 5010억원)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BMW는 올해 도쿄(東京)에 대형 직영점을 한 곳 열었다.
롤스로이스의 토르스텐 뮐러 외트뵈슈 CEO는 "올해 일본에 직영점 두 곳, 내년 한 곳을 더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일본 내 롤스로이스 매장은 배로 느는 셈이다. 올해 롤스로이스의 일본 내 판매량은 30% 증가했다. 이를 주도한 것이 3700만엔짜리 신형 쿠페 '던'이다.
뮐러 외트뵈슈 CEO는 "일본 시장의 잠재력에 이끌려 올해 추가 딜러 계약도 체결했다"며 "롤스로이스 잠재 고객이 많다고 판단하는 것은 일본에 상당한 부(富)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고급차 브랜드 맥라렌 판매량이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애스턴마틴은 14%, 람보르기니는 7% 증가했다.
도쿄 소재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추세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70대에 이르러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럭셔리 자동차를 이제서야 구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면 정보기술(IT) 관련 신생 기업으로 돈방석 위에 앉은 신흥 부자들이 사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구마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소비시장에서 매우 특이한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0.66ℓ 미만의 엔진을 탑재한 경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애초 업계에서는 올해 경차 판매량이 8.7% 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판매세 인상을 오는 2019년으로 미룬 뒤 업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 소재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포린의 저우진청(周錦程) 애널리스트는 "대중시장의 소비가 여전히 미약하다"며 "소수 부자의 부만 더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0만엔짜리 자동차 구매자라면 가격에 매우 신경 쓴다"면서 "반면 1000만엔짜리 고가 자동차를 매입할 수 있는 고객에게 가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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