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등 수세에 몰렸던 여권은 이번 기회로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모습이다. 여기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국정감사가 종료되면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곧바로 있을 예정이라, 여권의 공세는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논란으로 여당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야권의 공조가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주까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국민의당은 양당 사이의 조정자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충실한 2중대였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의 '2중대' 발언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국민의당이 야성(野性)을 강화하자 나온 불안감 때문이었다. 특히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어서,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연계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 거리를 두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에게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표께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3일간 말씀이 바뀌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결국 1구3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당시 관계자들과 협의를 해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다.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야권 공조에 균열이 가면서 새누리당은 예산안 정국을 리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여기에 남아 있는 국정감사에서 우 민정수석과 최순실씨에 대한 논쟁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안보와 외교에 강점이 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에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친박근혜)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문재인 대북결제 태스크포스(TF)'를 진상규명위원회로 격상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TF에 참여한 하태경 의원은 활동기간에 대해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라며 위원회 활동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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