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작성 보관 가능성 높지만 '메모' 등 결정적 증거 포함 여부는 가능성 낮아...지정기록물로 국회 3분의2 동의 얻어야 공개 가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파문의 진실을 가릴 수 있는 회의록에 핵심 증거인 관련 메모가 존재할 가능성은 반반이다."
최근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2007년 11월 청와대 회의록과 관련해 또 다시 국가기록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가기록원 측은 당시 회의록이 법에 따라 보관돼 있을 가능성은 높다는 입장이다. 다만,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메모가 회의록에 담겨 있을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보고 있다.
18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2007년 11월 15일과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관계장관회의의 회의록은 세종시 소재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회의록 생산기관이 청와대여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권력의 핵심이 몰래 들여다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지정기록물의 경우 목록 자체의 열람이 불가능해서 회의록의 존재 여부와 내용에 대해 현재로선 누구도 확인해 볼 수 없다"며 "온라인의 경우 로그 기록이 남고 종이 서류도 봉인이 철저히 돼 있어 누군가 몰래 찾아서 봤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의록의 내용이다.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대로 당시 청와대가 유엔(UN)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사전 '결재'를 받아 기권하기로 결정했는지 여부에 대해 회의록에 관련 증거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나의 주장(찬성)이 계속되자 국정원장(김만복)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며 "한참 논란이 오고 간 후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려면 회의의 분위기 및 참가자들의 발언 등 전반적인 내용과 오고 간 메모 등이 자세하게 회의록에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통상 회의록은 이견ㆍ토론 내용 등은 참가자들의 동의를 얻어 삭제한 후 결정 사항만 정리해서 남기는 경우가 많다. 녹취록도 존재하지만 이것도 신상 발언 등 부차적 내용은 삭제한 채 중요사항만 남겨 둔다. 오고 간 메모도 작성한 사람이 공식 기록에 남기기 위해 일부러 게재하지 않는 이상 남아있기 힘들다.
회의록 공개 가능성도 매우 낮은 편이다. 국가기록원 측은 청와대의 기록을 일반기록, 비밀, 지정기록 등 3개 분류로 나눠 보관하는데, 이중 이번에 논란이 된 회의록은 '지정 기록'으로 분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현행법상 국회의원 3분의2의 찬성 또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등에 의해서만 공개가 가능하다. 야당 측은 무의미한 색깔론이라며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한편 국가기록원 안팎에선 이번 논란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국가 중요 기록물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관계자는 "때만 되면 기록물을 둘러 싼 정쟁에 기관 전체가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2년 NLL대화록 논란 당시의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행자부내 비주류ㆍ비전문가 출신이지만 대선이 끝난 후 2014년 안전행정부 제1차관으로 발탁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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