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 국채(길트) 금리가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17일(현지시간) 길트 10년물 금리는 장중 1.22%까지 오르면서 4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매도세가 완화되면서 1.13% 수준에서 안정됐다. 브렉시트 투표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지난 8월 중순 0.51%까지 떨어졌던 길트 금리는 이후 하드 브렉시트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빠르게 상승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길트 10년물의 투자 수익률은 -4.65%로 작년 2월 이후 최악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파운드 약세로 달러 환산 수익률은 -10.25%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길트는 지난 1992년 1월 이후 가장 부진한 월간 수익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길트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하드 브렉시트 우려로 투자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 급락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18일 발표되는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9%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 통화와 채권이 함께 거센 매도세를 겪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길트 금리 급등이 영국 채권시장과 정부의 재정균형 달성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영국 뿐 아니다. 이날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은 지난 6월말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상승 중이다.
선진국 국채 가격 급락세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에서 갑작스러운 투자금 이탈과 유동성 축소로 글로벌 채권 시장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HSBC의 스티븐 킹 선임 고문은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면서 "채권시장에서 우려할 만한 과도한 매도세가 시작됐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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