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연기 가능성 있기 때문에 관련 예산 감액 필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한국형발사체 사업에 편성된 예산안은 감액할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7년도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의 '한국형발사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17일 유인우주선인 '선저우 11호'를 발사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관련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2030년대 화성에 인류를 보낼 것이라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는 '아! 그렇구나! 멋지다!'라고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
우주과학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시점인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요.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예산을 감액하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권고가 잘못된 것일까요. 국회예산정책처의 '감액' 권고는 불행히도 미래부 스스로 자초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총 사업비 1조9572억 원에 이르는 '혈세'를 쏟아 붓는 사업입니다. 3단계로 이뤄집니다. 1단계(2010~2015년)에서 7톤급 엔진을 개발하고 75톤에 대한 예비설계를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2단계(2015~2018년)에서는 75톤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내년 12월에 시험발사체를 발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어 마지막 3단계(2018~2021년)에서는 75톤 엔진 4개를 묶어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3단계 기간에 1.5톤급 위성이 탑재 가능한 한국형발사체를 2차례 발사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올해 상반기입니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현재 기술진행 속도로 판단했을 때 내년도 시험발사는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달했습니다. 미래부는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위원장 홍남기 미래부 1차관)'를 열어 이를 논의했습니다. 논의 결과 '추가로 조사해 판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관련 실무 기술진의 말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래부는 한국연구재단 소속 민간위원 11명으로 '한국형발사체점검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점검'을 위한 '점검위원회'를 만들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실무 기술진의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발사체점검위원회'의 활동도 석연치 않습니다. 예정대로였다면 8월쯤에 한국형발사체점검위원회의 분석 결과가 나오고 이를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최양희 장관)에 올려 '발사를 예정대로 할 것인지' '기술적 진행상황으로 봤을 때 연기해야 할 것인지'를 심의·의결해야 했습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7월에 열리기로 했다가 추가 검토를 위해 연기됐고 9월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이 또한 예정대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10월이 끝나가는 지금에도 국가우주위원회가 언제 열릴 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직도 '한국형발사체점검위원회'는 점검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미래부의 대처를 두고 말들이 많은 배경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회예산처가 '2017년도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형발사체와 관련해 2016년과 비교했을 때 500억 증가한 2700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지적한 뒤 "한국형발사체 사업이 2017년 12월로 예정된 것에서 10개월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예산은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입니다.
'예산 감액' 분석을 내놓으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그 근거도 들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는 (한국형발사체)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둬 내년도 관련 예산을 2000억 원으로 반영했다"며 "그럼에도 미래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은 이보다 700억 원 증가한 2700억 원으로 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연기여부 등 구체적 계획을 담은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예산만 많이 따고 보자는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정정당당하게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 밑그림이 제시돼야 할 것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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