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美 C&EN 11위…英 ICIS에선 23위로 7계단 하락
평가기준 달라 결과 엇갈려…업계는 자의적 해석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글로벌 화학전문 기관들이 국내 화학사의 경쟁력에 대해 널뛰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톱 10' 진입을 눈앞에 뒀던 LG화학은 다른 기관 평가에선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기관마다 순위가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객관적인 평가가 모호해지자 기업들은 평가 결과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견강부회하고 있다. 그 바람에 장기적이고 투명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전문지 C&EN은 지난 8월 '글로벌 톱 50 화학기업'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순위는 국내 화학사 1위로 꼽히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11위로 2계단이 올라 '톱 10' 진입을 목전에 뒀다. 롯데케미칼도 26위에서 28위로 2계단 하락하는데 그쳐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영국 화학전문조사기관 ICIS는 한 달 뒤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놨다. ICIS가 매긴 '2015 글로벌 화학 100대 기업'(9월말 기준)에서 국내 화학사들의 순위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16위에 올랐던 LG화학은 23위에 그치면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롯데케미칼은 30위에서 50위로 20계단이나 하락했다.
순위가 엇갈린 것은 평가 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ICIS는 각 기업의 화학사업만 따로 떼내 평가한 반면 C&EN은 화학을 포함해 전체 사업부문을 총괄 평가한다. 실적 역시 ICIS는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지만 C&EN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감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한 마디로 ICIS는 각 기업의 화학사업 규모를, C&EN은 기업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LG화학이 C&EN의 평가에서 2계단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화학사업이 아닌 전기차 배터리 사업 덕분이었다. C&EN은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를 통해 사업영역을 더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를 분석을 내놨다.
이같은 기준 차이는 글로벌 화학시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게 만들었다. C&EN은 "지난 한 해가 화학업체들에게 전반적으로 나쁜 해가 아니었다"고 분석했지만 ICIS는 "매출이 500억달러(약 56조원)을 넘은 기업이 6곳에서 단 2곳에 그쳤다"며 우려했다.
국내 화학업계는 엇갈린 순위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순위는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일종의 성적표와 같은데 이번엔 워낙 기관마다 등락 차이가 커서 경쟁력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말하기가 모호해졌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덩치는 줄었지만 수익이 좋아진 것이 중요하다"며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판이하게 다른 순위 결과가 나온데 대한 올바른 해석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해석이 없어 서로 유리한 것만 내세우다 보면 오히려 산업 발전에 독이 될 수 있다"며 "달콤한 결과만 취하기 보단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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