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5월 이후 매주 최저치
中 수요둔화·중국 업체 재고덤핑 탓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5개월 새 26%나 급감하면서 업계가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에 들어섰지만 하락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OCIㆍ한화케미칼 등 주요 생산기업의 하반기 태양광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3일 시장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고순도(9N) 폴리실리콘 현물가격은 9월 중순 13달러 아래로 떨어진 후 4주 연속 12달러대에 머물러있다. 가장 최근치인 12일 기준으로는 1㎏당 12.74달러로 한 달 새 0.7% 하락했다. 올해 최고 가격을 찍었던 5월 대비로는 25.4% 낮아진 수치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초까지만 해도 바닥론에 힘이 실리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1월 말 12.93달러에서 5월 중순 17.08달러까지 오르며 회복을 점쳤다. 하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매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반짝 호황이 끝나며 가격도 다시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같은 가격 등락은 폴리실리콘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상반기 가격 급등은 중국 정부가 태양광 설치 수요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재고를 털어낸 덕분이었다. 그간 재고 덤핑으로 과도하게 하락했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상반기에 올 한해 태양광 공급 목표치(19.8GW)를 대부분 달성하면서 하반기 들어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부보조금에 해당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도 축소했다.
수요 둔화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은 재고량 소진을 위해 다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 1, 2위 기업인 중국의 GCL과 독일의 바커가 모두 폴리실리콘 증설에 나서고 있는 점도 가격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리스크로 꼽힌다.
가격하락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하반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OCIㆍ한화케미칼 등 업계에선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물량이 많아 당장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폴리실리콘 가격은 태양광 시장 업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그간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실적과도 궤를 같이했다.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OCI의 경우 올 상반기 3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내기도 했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생산원가는 12달러대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금 가격이 손해를 보지 않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반기 떨어져도 15달러 내외로 안정화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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