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효율보다 사적 이익을 위한 대기업의 내부거래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뷰앤비전]효율보다 사적 이익을 위한 대기업의 내부거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AD

재벌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유래했다.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군을 말한다. 한국의 재벌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다는 칭찬과 독점 자본, 정부 지원, 혈연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는다. 세계 학계도 재벌을 영어로 그냥 ‘Chaebol’이라 쓴다. 그만큼 독특하단 의미다.


요즘은 재벌 대신 대기업이라 부른다. 대기업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준말이다. 법적 정의는 따로 없다. 반면 중소기업은 법적 정의가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아니면 대기업으로 분류하면 된다. 다만 정책 용어로 대기업집단이라는 단어를 쓴다. 정확히 말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일컫는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집단은 52개다.

대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간에 발생한 내부거래를 공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015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47개 민간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1274개 기업의 계열회사 간 거래현황이다.


지난해 민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59조원이다. 국내총생산(명목기준)의 9.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예산안(398조원)의 40% 수준이다. 2015년 내부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21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은 100조원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집단이 스스로 내부거래를 줄였다기보다 매출 부진으로 내부거래가 줄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왜 대기업집단은 내부거래를 할까. 애덤 스미스는 효율적인 시장이 있기에 내부거래보다 계약으로 다른 기업과 거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1930년대 로널드 코우스에 의해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뒤집혔다. 코우스는 ‘기업이론’을 창시하고, 기업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야 하며, 그러기에 기업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코우스는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내부거래의 단점도 있다. 내부거래를 수행하는 기업이 독자로 이익을 추구할 때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대리인’은 한국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집단은 창업주 또는 창업주의 2세, 3세가 계열사를 세운다. 그리고 모기업과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과 경영권을 확보한다. 그러니 수행기업이 모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은 아예 없다. 게다가 총수가 기업집단을 확실하게 통제한다. 그래서 내부거래는 더욱 공고해진다.


한국의 재벌은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의 실질 지분은 낮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인데 정몽구 회장의 지분은 6.9%이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은 아예 없다. 총수 일가는 자기 지분이 매우 높은 비상장 회사를 설립하고 내부거래로 상당한 이익을 취한다. 이런 이득으로 상속세도 내고, 모기업 지분도 확보한다. 자식 간의 재산분할도 완성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총수 없는 집단보다 총수 있는 집단이 높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효율보다 사적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거래비용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정당하다. 이를 위해서 집단 밖 기업, 즉 중소기업에 공정경쟁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 사적 이익을 위한 내부거래는 범죄행위다. 불행히도 이를 걸러낼 장치나 제도는 없다. 그러다 보니 제재도 마땅치 않다. 대기업집단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재벌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