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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는 전통공예의 백미 '渾身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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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5주년 맞은 박을복자수박물관, 가을기획전 여는 오순희 관장

21일까지 '섬유미술 10인전'…"문화ㆍ교육공간으로 활용 늘려"


자수는 전통공예의 백미 '渾身의 예술' 오순희 박을복자수박물관장이 1층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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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모든 예술의 가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ㆍ독창성)'에 있다고 봐요. 특정 대상이나 기법을 쉽게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 가진 재능을 재료로 삼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걸작이 탄생하는 거죠. 특히 올곧은 정신과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자수(刺繡)는 실과 바늘이라는 단순한 도구로 혼신(渾身)의 힘을 기울여 빚어내는 참선(參禪)에 가깝습니다."


한국 근현대 자수예술가 박을복 선생(1915~2015)의 장녀로 박을복자수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오순희 관장은 한국 전통 공예미술의 백미로 꼽히는 자수의 '성정(性情)'을 이같이 풀이했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35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2010년 3월 관장직을 맡았다. 그는 남동생인 오영호 초대관장과 함께 일 년에 두 차례씩 기획전을 열어 자수와 섬유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가을기획전은 '섬유미술 10인전'이라는 주제로 전선, 한지 갈대, 아크릴, 비즈 등 소재와 아이디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현대 섬유미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획전이 시작된 지난달 30일 북한산 백운대 자락인 서울 강북구 우이동 박을복자수박물관을 찾으니 노송과 밤나무, 돌계단, 잔디 등이 숲처럼 어우러진 6600㎡ 대지 위에 정갈하게 앉은 2층 저택의 외관이 드러났다. 박 선생이 머문 고택(故宅)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은 이곳은 전시장으로 처음 일반인에 공개된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전 '마담 바이올렛(madame violet)'으로 불린 선생의 예술 혼(魂)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오 관장은 박물관 1층 전시장에서 가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예술가에게 작품이란 그 자신과 같다"면서 "어머니가 떠나신 지 1년여가 지났지만 그의 혼이 가득 담겨 있는 작품 덕분에 고인의 부재를 좀처럼 실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자수예술의 거장인 박을복 선생은 1915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일본 도쿄여자미술대학 자수과를 졸업한 뒤 귀국해 현대적 감각의 자수 작품으로 국전에 입상했다. 1961년에는 '제1회 개인전'을 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섬유 개인전이었다. 그는 국제기능올림픽 자수부문 직종장 및 분과장을 역임했다. 작품 공개와 더불어 근현대 자수의 역사를 재정리한다는 취지에서 2002년 박을복자수박물관을 설립했다.


오 관장은 박을복 선생의 고향 개성에서 2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과 전공 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Indiana University)에서 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오번대학교(Auburn University)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Arts Decoratifs)에서 전문 학위를 받고 귀국해 2010년 정년퇴직 때까지 덕성여자대학교에 몸담았다. 그는 전통직조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조형화하는 섬유미술가이자 교육자로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었으며 국내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11차례나 가졌다. 관장직을 맡고부터는 전시 기획과 방문객 대상 미술 체험학습 등 교육 프로그램 발굴과 운영에 적극 힘쓰고 있다.


자수는 전통공예의 백미 '渾身의 예술' 서울 강북구 우이동 '박을복자수박물관' 전경.

오 관장은 "1층 기획전시장에서는 주로 봄ㆍ가을 기획전을 여는데 봄에는 박을복 선생과 관련 있는 주제로, 가을에는 미술 분야 전반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2층 상설전시장은 박을복 선생의 대표작품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1층과 2층 총 363㎡의 공간은 과거 박을복 선생의 일가가 한때는 여름별장으로, 다른 시기에는 본가로 지낸 곳이다. 1967년 건축가 정인국(전 홍익대학교 건축학부장ㆍ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이 설계한 주택으로, 그 아들이자 역시 건축가인 정명원 홍익대 건축과 교수가 박물관으로 개조했다.


오 관장은 손수 전시관 내부를 안내하며 옛 기억을 몇 차례 더듬었다. 2층에 전시된 박 선생의 초기작을 둘러볼 때는 "어머니께서 얼마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셨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에 가까운 작품들을 볼 때마다 놀란다"고 평했다. '조선미술전' 입선작인 '국화와 원앙(1938년 작) 앞에선 "가운데 만개한 국화를 자세히 보면 태극 형상임을 알 수 있다"면서 "일제시대였기 때문에 이렇게 상징적으로나마 나라에 대한 마음을 담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관장은 이처럼 뜻 깊은 문화유산이 담긴 박물관을 향후 공연ㆍ문화ㆍ교육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7년 전 본인의 이름을 따 평창동에 지은 '섬유박물관 SOON'도 연내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는 "자수를 비롯한 섬유미술은 지난 100년간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천해왔다"면서 "회화, 설치, 조형 테크놀로지, 텍스타일 디자인 등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섬유미술 또한 한층 자유롭고 감상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오 관장은 "빠르게 복제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요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 아쉽다"면서 "예술가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있는 여러 작품을 통해 창작의 가치가 보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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