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신임 대표인 렌호(蓮舫)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맞짱토론을 벌였다. 아베 총리의 가장 큰 치적으로 꼽히는 '아베노믹스'를 정면 비판하며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대담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28일 오전 참의원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렌호 대표는 대표질문을 통해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고 있다는데, 정부는 두 번이나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했다"며 "이것은 모순"이라고 아베에게 한 방을 날렸다.
렌호 대표는 아베노믹스를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제 정책'이라고 부르며 "경제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을 이어갔다. 대신 보육지원과 국민들에 대한 직업훈련, 사회보장 충실 등 재분배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날카로운 질문에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강조하며 맞섰다. 그는 "경제의 선순환이 시작돼 현재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 상황"이라며 "고용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에 대해서는 "공약위반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참의원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물었으므로, 모순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받아쳤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은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에게 참패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답변에도 렌호 대표는 여전히 각을 세웠다. 그는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지 못한 상태"라며 "경제가 전혀 선순환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1억 총활약' '지역창생' '여성이 빛나는 사회'등 구호만 열심히 외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렌호 대표는 지난 15일 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남성 후보들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임됐다. 구 민주당 시절까지 포함, 민진당에서 여성이 당 대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당대회를 앞두고 이중국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빠르게 이중국적을 인정하고 대만국적을 버리며 논란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민진당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3연속 선거에서 참패하며 당 내부 분위기가 크게 악화된 상태다. 여당인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최근 조사에서 58%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어, 이를 상대해야 하는 렌호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렌호 대표도 자신과 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날 참의원에서 자신의 이름에 쓰인 한자 '연꽃 연(蓮)'을 인용하며 "연꽃은 진흙탕에서 줄기를 뻗어 꽃을 피운다"며 "(국민에게) 선택받는 정책을 만들고, 선택받는 정당이 되기 위해 당을 이끌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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