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국가예산을 투입, 신약 물질을 탐색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한다. 글로벌 신약 경쟁에서 일본 기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다.
후생노동성은 국가 연구개발 법인인 '의약기반ㆍ건강ㆍ영양 연구소'를 통해 내년부터 신약개발을 돕는 AI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우선 내년부터 3억5000만엔(약 38억원)을 투자하고, 2018년에는 예산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AI의 역할은 신약의 기초가 되는 시드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AI에 신약분야에 관한 국내외 연구결과ㆍ논문 등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업로드하면, AI가 분석을 통해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드물질을 연구자에게 찾아준다. 연구자는 동물실험을 통해 시드물질의 실제 효력을 확인하는 식으로 협업하게 된다.
AI의 사용을 통해 신약 후보 탐색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암제나 C형 간염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발병에 관계하는 유전자ㆍ단백질에 작용하는 시드물질을 찾아내야 하는데, 수많은 후보 중 유효한 화합물의 범위를 좁히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AI로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는 이미 등장했다. 미국 벤처기업인 아톰와이즈의 경우 AI를 사용해 하루만에 에볼라에 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를 2개나 발견했으며 신약벤처 버그 역시 14조개에 달하는 암 관련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새 항암제를 개발했다.
도쿄대학과 IBM도 지난 2015년부터 암 진단에 AI를 활용하는 임상 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10분만에 암 치료법을 조언하는 등 인간보다 빠른 판단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도쿄대학의 도죠 아리노부 교수는 "인간이라면 1개월 가까이 걸리지만, AI라면 몇 분 만에 결과를 도출해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AI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와 정보기술(IT) 분야 육성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600조엔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AI와 빅데이터에 대한 투자도 GDP의 4%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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