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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아이가 가르쳐 준 '즐기는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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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열린 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전인지 선수로 떠들썩하다. 메이저 대회에 유독 강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엄청난 압박 속에서 경쟁 상대나 경기 결과를 떠나 코스와 나 자신의 게임을 집중하며 즐겼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오래 전 일이 생각났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아들이 열 살 무렵 수영을 배울 때의 일이다. 강습을 받던 수영장은 풀이 두 개로 나눠져 한쪽 풀에서는 주로 일반인들이 수영강사에게 강습을 받거나 천천히 풀을 오가며 연습을 하고, 다른 한쪽 풀에서는 주로 초중고 학생 수영선수들이 훈련을 하거나 시합을 했다. 다섯 살 때 수영을 시작해 그 당시 모든 영법을 능숙하게 구사했던 아이를 보며 문득 자식 한 명쯤은 본격적으로 운동선수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에, 아이에게 목표 없이 수영만 하는 것보다 옆에 있는 선수용 풀에서 본격적으로 연습해서 시합에 나갈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때 아이의 대답을 듣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아빠, 난 단지 수영을 즐기고 싶지,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대답이었다.


 소위 체육학과 교수로 대학에서 스포츠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었고, '경쟁'으로만 스포츠를 봤던 나로서는 그런 권유를 한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그 대답을 듣고 수영 강사들이 처음 수영을 배우는 듯한 4~5살 어린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들은 강습하는 한 시간 동안 팔동작, 다리동작, 호흡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물 속에서 애들과 함께 놀아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 물이 무서워서 물 밖에서 버티던 아이들이 어느새 물속으로 풍덩 들어와 강사의 품에 안겨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그 '즐거움'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3살 아래 둘째 아들과 함께 스키장에 갔었다. 스키를 처음 배우는 둘째는 체구가 작아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하다고 턴 없이 직활강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첫째는 스키는 어느 정도 타니, 스노우보드를 배워 보고 싶다고 해서 나와 함께 강습을 받았다. 강습 후 함께 스노우보드를 타면서 "너는 왜 동생처럼 스피드를 즐기기 않고 천천히 내려오니?"라고 물었더니, "나는 스피드보다는 천천히 내려오면서, 내 몸이 어떻게 하는지 느끼고 싶어서 그런 거야"라고 답해, 또 한번 크게 놀랐다.


 올해 초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을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와 일반 국민들의 스포츠 활동을 위한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결국 통합에 성공해, 조만간 이 통합단체의 새로운 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누가 새 회장이 되건 스포츠를 국위선양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온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며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데 앞장서기를 바란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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