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사진)이 정부 여당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조속한 개편을 촉구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표심'을 의식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성 이사장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2014년 12월 취임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성 이사장은 21일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 논의는 몇 년 동안 주요 이슈의 중심이었다"며 "개편이 조속히 이뤄져 현행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 불만을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꾸려 개편작업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또 지난해 고소득층의 건보료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안의 초안을 마련했으나 연말정산 파문으로 개편안을 백지화한 상태다.
그는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 대한 범위와 방법, 시기 등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있다"면서 "표심을 의식해 개선안을 계속 내놓지 못하다가는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있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나 성별, 연령 등에 건보료를 매기는 불합리한 부분을 지역 가입자부터 단계적으로 개편하는 등의 방식으로 하면 오히려 박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이사장은 직장ㆍ지역 가입자의 구분을 없애고,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야당의 개편안에 대해서는 "깔끔한 안이지만 급진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소득 파악부터가 난제"라고 평가했다. 단계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성 이사장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법에 따라 다음 연도 보험료 예상 수익의 20%를 지원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막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17년 12월31일까지만 적용된다.
성 이사장은 "현재는 건강보험 재정이 20조원 이상의 누적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2025년이면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하루 빨리 한시규정을 삭제하고 명확한 지원 기준을 법률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8월 말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당기흑자 3조2000억원, 누적흑자는 20조17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임플란트, 3대 비급여 개선 등 신규 보장성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올해 말 누적 흑자는 19조8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단과 정부의 재정전망에 따르면 2019년부터 당기 적자가 시작되고 2025년이면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성 이사장은 "국고지원은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사회보험방식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 국가가 우리보다 높은 비율로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고지원 규모는 30.4%, 벨기에는 33.7%, 프랑스는 49.1% 등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건강보험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하게 돼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 규모는 15% 내외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성 이사장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낮추는 '비급여 진료'를 줄이기 위해 병원 등 의료 공급자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이사장은 "적정 수가 도출과 합의를 위해서 공단은 의료 공급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연구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단에서 수행하는 '병원 원가분석 사업' 등에 의료 공급자들이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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