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20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가 벌써부터 대선 전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20일부터 의원들은 당내외를 불문하고 상대 대선주자를 향한 공격적인 언사를 이어갔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국감에서는 내년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현역 자치단체장 여럿이 증언대에 오를 전망이어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잠룡들에 대한 여야의 검증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상대 대선주자에 대한 검증공세는 대정부질문 첫날, 첫 질문자부터 시작됐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모병제 도입과 세종시 수도이전 등을 주장하고 있는 같은 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향해 "대권욕에서 비롯한 이슈선점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여당 내 유력 차기 대선 후보인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이다.
김 의원은 이어 "수도이전은 역사와 미래, 통일의 문제이고 모병제는 안보현실과 국민정서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헌법체계마저도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인기 영합적 정치행위에 깊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 역시 "모병제 문제가 새로운 국민갈등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가 초기에 확고하고 정밀한 논리와 입장을 가져야 한다"며 "대선 주자들의 포퓰리즘 논리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두 의원 모두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남 지사를 꼭 집어 비판한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건국절 논란과 관련 상대 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개콘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이어 "대북송금 등 북한 핵개발 자금 지원의 책임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가 필요하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 같은 신경전은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새누리당 소속 남 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더민주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혹독한 질의와 검증에 맞설 예정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증인 출석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장들의 딜레마는 국감장에서 자당 소속의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없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 시장과 이 시장의 경우 더민주내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여당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 지사와 원 지사의 경우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여권에서는 김무성(외교통일위원회) 의원과 유승민(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이, 야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민주 김부겸(기획재정위원회) 의원 등 대선주자들이 국감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국감 증언대에 서는 것이 지자체장들에게 더 큰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에서 밀리는 후발 주자입장에서는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국감이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며 "모병제와 수도이전 등 당면한 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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