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불이 난 건물에 뛰어들어 이웃 주민들의 탈출을 도왔지만 본인은 끝내 숨진 20대 청년이 결정적 증거가 없어 의사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4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5층 빌라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화가 난 한 20대 남성이 저지른 방화였다. 이 건물 4층에서 살던 안치범(28)씨는 화재를 감지한 후 119에 최초로 신고를 하고 건물을 빠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곧 잠들어 있는 이웃을 깨우기 위해 다시 연기가 자욱한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씨는 5층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뇌사 상태로 11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20일 새벽 끝내 숨졌다.
발견 당시 안씨는 별다른 소지품도 없이 유독 손에만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유족들은 안씨가 이웃을 깨우기 위해 뜨거운 철문을 두드린 자국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화재 당시 건물 안에 있던 몇몇 세입자들은 연기 속에서 "불이 났으니 나오세요"라는 남자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안씨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외부 폐쇄회로TV(CCTV) 영상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유족에 대한 경찰 측의 답변은 '안타깝지만 안씨의 구조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들어가면 일반인은 연기가 확 들어와서 바로 정신을 잃는다"며 "안씨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는데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었는지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내부 CCTV도 없을 뿐더러 증언자 중에도 확실히 안씨를 본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씨 가족들은 세입자들을 만나 관련 증언을 확보하는 중이다. 한 유족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증거를 모아 관련기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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