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6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을 최종 의결했다. 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8월 처음 법을 발표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3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의 시행령 의결로 법이 발표된 후 4년여 만에 법적 절차가 완결돼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은 영향을 받는 사람의 수가 400만명에 이르러 한국 사회의 인간관계와 조직문화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법 시행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러 곳에서 대두됐다. 당장 골프 외식 등 서비스 부문과 농축산업 등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민 경제 전체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11조6000억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초기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의 적응기간을 주기 위한 입법 움직임도 있다.
김영란법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길목에서 꼭 넘어야 할 과정이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매년 부패지수를 발표하는데 부패지수와 국가발전도 사이에는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선진국의 부패지수는 대체로 낮고 후진국일수록 부패지수가 높다. 2015년 자료를 보면 1위 덴마크, 2위 핀란드, 3위 스웨덴 등 북구 제국의 부패 정도가 매우 낮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에서는 싱가포르 8위, 홍콩 18위, 타이완 30위, 대한민국 37위로 한국의 부패 정도가 가장 높다. 이는 미국 16위, 일본 18위보다 훨씬 낮은 순위이다.
김영란법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먼저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일본을 보면 짐작이 간다. 일본에서는 2000년부터 국가공무원 윤리법이 시행되었는데 공무원에 대한 접대비를 5000엔, 한화로 약 5만5000원으로 제한했다. 그러자 접대 골프가 줄기 시작했고, 기업은 골프장 회원권을 매각했으며, 골프장은 요금을 낮추며 생존의 길을 찾았다. 이는 다른 산업에도 유사한 영향을 미쳤고 정치인이나 공무원과 식사를 하면 각자 비용을 지불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당장은 법 시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입법 과정에서 후퇴한 부분까지 다시 검토해 이번 기회에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 예컨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 예고한 원안에는 부정청탁금지, 금품 등 수수금지, 이해충돌 방지 등 세 가지가 들어 있었으나 입법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가 빠져버렸는데 이를 복원해야 한다. 공무원은 직무관련성 관계없이 100만원을 넘으면 무조건 처벌하도록 돼 있었다. 개정안은 직무관련성 조건을 달아 법의 영향력을 매우 축소시켰는데 이 부분도 손 봐야 한다. 가족의 범위도 배우자로 축소됐는데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 예만 보아도 범위가 확대돼야 마땅하다. 부정청탁 금지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제외한 부분도 바로잡아야 하고 특히 대상자와 그 가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어렵다'는 아우성 중에 이미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진전이 감지되고 있다. 소비 위축이 염려되지만 이는 주로 고가 물품에 해당되고 저가 물품의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고급 음식점은 폐업을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 뷔페는 손님이 늘고 있다. 모든 중요한 제도나 법이 바뀔 때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이득을 보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집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국이 더 높은 곳으로 비약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의 혼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이후 더 나은 지평으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