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서 CEO 대상 '청탁금지법' 강연
"기대, 걱정 모두 알고 있어…국민 볼 때 아니면 하지 말아야"
"형식적 조화·화환 문화 사라질때 되지 않았나…더 홀가분해질 것"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제 7일 남았습니다. 기대와 걱정 모두 압니다. 하지만 국민이 볼 때 아닌 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양심과 상식이 답을 알고 있을 겁니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당위성과 정당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청탁 문화에 대해 여러 차례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100만원, 200만원짜리 굴비가 선물인가", "2분도 안 돼 리본만 빼서 실려가는 조화, 화환과 같은 거품은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단호한 어투로 관습을 비판했다. 시행령 발표 당시 박스 안에 넣은 5만원어치 한우를 보여주며 미풍양속이 사라진다고 반발한 행동에 대해선 "미풍양속은 정육점에서 소고기 한근을 신문지에 둘둘싸서 갖다주는 것 정도 아닌가"며 반문하기도 했다.
성 위원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인간관계 단절과 내수위축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 뿐 아니라 국가가 밥먹는 것까지 개입하느냐, 실효성 없어 사문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 격언 중 반외팔목(盤外八目·바둑판 밖에서 보면 여덟수를 미리보는 것과 같다)을 인용하며 김영란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성 위원장은 "이해관계자들은 길이 잘 안보이고 애매한데 밖에서 보는 사람은 더 잘 볼 수 있다"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금껏 받아온 혜택을 받지 못한데 대한 걱정이 더 큰 것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익숙했던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 이익이 되는 것과 해야하는 건 다를 수 있다"며 "국민은 바둑판 바깥에서 본다. 국민이 볼 때 아닌 것 같으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5·10(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규정에 대해서도 "이상론이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핵심은 간단하다. 청탁하지 말고 공짜밥, 술, 골프 치지 말라는 것"이라며 "애매하고 의심스러우면 더치페이하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3만원 이상 먹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어느 나라나 살만한 나라에서 하고 있는 건 같이 지키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위원장은 김영란법이 당장은 어색할 수 있지만 차츰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버스안에서 담배피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었고, 금융실명제 시행 때도 아우성이 났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정착됐다"며 "옛말에 '말로 제사 지내면 다음날 아침에 아이들에게 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부패교육이나 청렴교육도 말로 바꾸자고 하는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죽하면 이런걸 강제규범화해서 만들었겠나 생각해달라"며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해준다는 기본 생각을 갖고 의식에 내재화돼 행동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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