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두드러기·화병·치질…추석이후에도 관리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명절만 되면 속에서 열기가 후끈거린다."
"추석이후 두드러기가 갑자기 생겼다"
추석 명절의 긴 연휴기간이 끝났습니다. 추석은 사람마다 받아들임이 다릅니다. 여성들에게는 특히 '즐거운'이 아니라 '괴롭고 고달픈' 명절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음식 준비에, 손님맞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명절 증후군과 후유증이란 말은 이제 보통명사가 되고 있습니다. 명절만 다가오면 속이 안 좋고 괜히 우울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가족끼리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되고 멀어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심지어 가족 간에 폭력이 발생하고 살인까지 벌어지는 비극도 빚어집니다.
최근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 같은 일이 대한민국 전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명절 증후군과 후유증에 대해 미리 점검하고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기본입니다.
◆"소화가 안 돼요!"=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결과 설과 추석 명절기간(1~2월, 9~10월)에 소화불량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5년 동안(2011년~2015년) 소화불량환자는 약 300만 명이 넘었고 총 진료비는 약 1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았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소화불량 환자는 2011년 약 64만 명에서 2015년 약 60만 명으로 조금 감소했습니다. 총 진료비도 2011년 약 348억 원에서 2015년 346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1인당 진료비는 오히려 2500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별 소화불량 환자를 분석한 결과 1년 중 설 명절이 있는 달인 1,2월과 추석 명절 기간인 9,10월에 전체 환자의 약 40%가 발생했다. 10명중 4명 정도는 명절기간 동안 '소화불량'을 호소한다는 의미입니다. 명절이 있는 달의 환자 수는 2011년 25만3416명에서 2015년 26만2184명으로 5년 동안 약 3.4% 늘어났습니다.
연령별로 인구 10만 명당 소화불량질환의 발생 비율은 높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인구 10만 명당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대는 80세 이상(5만5649명)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론 70~79세(2만8635), 0~9세(2만3616)가 뒤를 이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발생률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20~29세(8638명)로 80대의 6분의1 수준에 그쳤습니다.
명절 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뒤나 추석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게 된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을 의심해야 합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식사 후에 복통이 발생하는데 배변 후에는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기남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교수는 "과민성 장 증후군은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명절과 그 이후에 중년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커피나 탄산음료는 위에 자극을 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삼가고 가벼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두드러기가 나요!"=추석에는 많은 음식을 먹게 됩니다. 또 성묘와 나들이 등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두드러기' 환자가 추석을 전후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음식을 잘못 먹거나 벌에 쏘이는 것 등으로 나타나는 '두드러기' 환자는 9~10월에 집중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5년 동안(2011년~2015년)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추석명절 기간(9~10월)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두드러기 진료인원은 약 1189만 명으로 총 진료비는 약 6268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로 분석해 봤더니 2011년 약 223만4000명에서 2015년 약 240만5000명으로 7.7% 증가했습니다. 연령별(2015년 기준)로는 5세 미만이 약 29만 명으로 전체 환자의 12%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50~54세 19만6041명(8.1%), 55~59세는 19만6026명(8.1%) 등의 순이었습니다.
추석명절이 있는 9~10월(2015년 기준)에 약 56만7000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체 환자(약 240만6000명)의 24% 가량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5년 동안 9~10월의 진료인원은 2011년 약 52만1000명에서 2015년 약 56만7000명으로 8.9% 증가했습니다.
성별 진료인원은 여성이 약 31만1000명으로 남성의 25만6000명 보다 1.2배 많았습니다. 지역별로는 인구 10만 명당 충남이 363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기록했습니다. 충북이 340명, 강원이 309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제주는 130명으로 가장 적은 환자수를 기록해 1위인 충남과 2.8배가량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두드러기의 원인은 음식, 진드기, 말벌 등 다양합니다. 추석명절 이후에도 식중독 위험이 있는 음식은 조심하고 야외활동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명절이후 치질 생겼어요!"=추석 명절이 끝나면 치질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집니다. 귀성과 귀경에 나설 때 장시간 운전과 이동, 기름진 명절 음식의 지나친 섭취, 스트레스 등으로 명절 후 항문질환이 악화되거나 치질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40대 직장인 H 씨는 추석에 명절 음식으로 식사를 제 때 챙겼는데도 연휴 5일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5시간이 넘는 귀성길 운전을 하는 동안 아랫배가 딱딱하고 엉덩이가 따끔거리기까지 했습니다.
회사 출근 후에는 오랜 시간 앉아서 업무를 하는 탓에 화장실을 갈 때마다 피가 나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현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명절 연휴 동안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치질'이 발생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명절 이후 치질이 많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장거리 운전, 고칼로리 음식 섭취, 음주 등이 짧은 시간 내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를 가볍게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명절 이후 나타나는 만성변비, 항문출혈 등 몸의 이상 징후를 단순한 명절후유증이나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넘어가 버립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치질이나 심각한 항문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민상진 메디힐병원 원장은 "변비가 지속되면 변이 딱딱해져 배변할 때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로 진행될 수 있다"며 "연휴가 끝난 뒤에 배변 횟수가 주 3회 이하라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닌 변비를 의심하고 만성변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소화불량, 두드러기, 치질 이외에도 명절이 끝나면 병원을 찾는 많은 이들이 화병을 호소합니다. 화병(火病)은 마음속의 분노를 말합니다. 울분을 억지로 억제해 생기는 통증·피로·불면증 등 다양한 병증을 일컫는 질환입니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말로 받은 상처가 잘 가시지 않으면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이어진다"며 "명절 이후 화병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의 체열과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 보면 심장부터 머리끝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화병이 계속되면 우울증, 뇌·심혈관 질환, 암 등의 발생위험이 높다"며 "명절이 끝난 이후에라도 서로에게 고생 많았다는 말과 함께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권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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