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 조기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증시에서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 개장 직후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가 10%대 내외의 급등세를 보였다. 반 총장이 지난 추석연휴 중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고 밝힌 것이 모멘텀이 됐다. 정치권에 이어 이날 주식시장에서도 반 총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본격 대권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전자축전기 제조업체 성문전자는 최근 6거래일 사이 26.9% 급등했다. 근무복ㆍ작업복 제조업체 지엔코 역시 이 기간 주가가 무려 79.4% 폭등했다. 지난 8, 9일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두 종목 모두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문전자는 반 총장과 국제회의를 개최한 경험이 있는 한 지인이 회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통적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다. 지엔코는 회사 대표인 장지혁 대표가 반 총장의 외조카라는 이유로 급등했다.
반기문 테마주는 최근 코스닥 하락장을 틈타 '신 반기문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후속 기업이 속속 등장중이다. 액정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파인디앤씨는 지난 12, 13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파인디앤씨는 지난 7월28일 반 총장의 사촌동생이 대표로 있는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파인디앤씨 지분 10.05%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반기문 테마주에 새롭게 합류했다. 벤처캐피탈 업체 큐캐피탈은 지엔코가 지분을 보유중이라는 이유로 최근 6거래일 동안 24.5% 상승했다.
금강철강(20.4%), 경남스틸(6.4%), 코맥스(-2.3%) 역시 최근 6거래일 사이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반기문 이슈와 맞물려 테마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대표들은 '반존사(반기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임)' 회원으로 전통적 반기문 테마주다.
하지만 대체로 그렇듯 테마주의 말로는 씁쓸한 모습이다. 기존 전통적 반기문 테마주 중 대장주 급이었던 보성파워텍의 경우 최근 4거래일 동안 이틀연속 하한가 폭탄을 맞는 등 주가가 1만3300원에서 6130원으로 반토막났다. 지난 7일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보성파워텍 부회장이 "그동안의 관심이 부담됐다"며 사임하면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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