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친척들의 잔소리 때문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지난 설날에 친척 어른들이 제게 '요새 뭐하니','취업 준비는 잘 되어가니' 등의 말씀을 하셨어요.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텐데 이상하게 저한테 스트레스로 오더라고요."
취업준비생 김은정(26)씨가 이번 추석 연휴 때 고향인 경남 진주에 내려가지 않는 이유를 말했다.
김씨처럼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1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취준생 235명 중 절반 이상인 54%(127명)가 이번 추석 연휴 때 귀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귀향 계획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친척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김씨는 "걱정해주시는 친척 어른들의 마음은 사실 이해되지만 '취업'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또 다른 취업포털 사람인이 취준생 372명을 대상으로 '추석 때 듣기 싫은 말'을 조사한 결과 '취업은 했니?'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누구는 대기업 들어갔다더라'였다. 1년째 구직 중인 정모(28)씨는 "지난 설날에 친척들의 가장 큰 화제는 나보다 1살 어린 사촌동생이 H기업에 들어간 것이었다"며 "어른들이 나한테 그 사촌동생만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는 말이 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씨는 "심지어 부모님도 내게 눈치를 주셨다"며 "시간 써가면서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집에서 혼자 있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덧붙였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반기 공채시즌이 시작한 것도 취준생들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미 원서 접수가 끝난 곳도 있지만 아직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 1~7월 평균 청년실업률이 10.6%로 사상 최악이라고 여겨지면서 취준생들은 한 곳이라도 더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취업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석 연휴에도 자기소개서를 쓴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이런 취준생을 두고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같다고 표현한 글이 눈에 띄었다.
신모(27)씨는 "이번 연휴 때 큰집에 안 내려가는 대신 하루에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 게 목표다"라며 "나도 빨리 취업해서 친척들 명절 잔소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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