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304일만에 뒤늦게 개최…강신명·구은수 증인 참석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여야는 12일 열린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창과 방패의 치열한 격론을 벌였다. 야당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 삼고,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부각시키며 물대포를 사용한 경찰 진압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날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개최했다. 백씨가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304일만으로, 주요 증인으로 사건 당시 총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집회 현장을 총괄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출석했다. 살수차를 운용한 현직 경찰관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증인 가림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야권은 사건이 발생한 지 300여일이 넘도록 경찰, 정부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검찰의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반해 집회 참가자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 대상은 1200여명에 달한다며, 법 집행이 불공평하고 형평성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경찰이 살수차 사용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실전경험이 거의 없는 살수차 요원을 무리하게 동원해 과잉진압했으며, 사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행위 간사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불법대로 처벌을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장비를 사용한 것에 대한 책임,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책임 등에 대해서 경찰청장은 무한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이 시위대의 과도한 폭력·불법 행위에 기인했으며, 경찰 진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 113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 50대가 파손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의견이다. 안행위 소속 여당 의원은 "시위 현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경찰이 규정을 지켰음에도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은 영국, 스웨덴 등 해외의 불법·폭력시위 진압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각에서 살수차 진압이 위법이라고 주장하는데, 외국에선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거나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조련된 개를 풀거나 기마대를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백남기대책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검찰 조사를 촉구한다"며 "고의적, 정치적 수사 지연이 계속될 경우 국회에 특별검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청문회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야권의 청문회 개최 요구를 수용하면서 열리게 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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