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9일 현대상선 대체선박이 출항한다.
9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현대상선이 첫 대체선박(4000TEU급) '현대 포워드호'를 투입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9일 만이다. 이 배는 부산에서 이날 밤 11시에 출항해 광양을 거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날 밤 4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하면 터미널 본선에서 안벽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야드에서 배로 옮겨 싣는 작업을 진행한다. 20피트 컨테이너 약 3700개를 배에 옮겨 싣는데는 꼬박 11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낮 12시에 접안한 배는 밤 11시에 출항한다.
첫 대체선박의 선적 예약률은 96%로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컨테이너 3700개, 총 3700TEU급 화물이 실릴 예정이다. 선적 화물의 60%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량이다.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이 대부분이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현대글로비스, 범한판토스, CJ대한통운, 고려제강 등의 화주들이 긴급 운송에 나섰다.
이 선박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선박을 구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2항차는 15일 부산에서 출발해 광양을 경유, 26일 LA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체선박 총 17대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타격을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운항 선박 128척 중 89척(컨테이너선 73척·벌크선 16척)이 26개국 51개 항만에서 정상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선박에는 8000여곳의 화주의 40만개의 컨테이너,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의 화물이 실려 있다. 이미 220여개 수출 기업의 1억달러 어치 화물이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빌려서 운영하던 선박인 한진 캘리포니아호가 최근 호주 보타니항에서 압류됐다. 이로써 압류된 한진해운 선박은 한진 캘리포니아호를 비롯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ㆍ선전 등 총 4척이다. 미국, 일본, 영국에서는 한진해운이 선박 압류를 막기 위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신청해 발효됐다. 싱가포르와 독일, 네덜란드는 곧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물류대란 사태를 해소할 한진그룹 측의 긴급 자금투입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을 지원하는 안건을 논의했다가 종결 짓지 못한 이사회를 9일 속개한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해외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대출해주는 안건을 의결한다. 대한항공은 전날 오전 8시부터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으나 이사진들 사이에서 배임소송 위험이 제기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 대한항공이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요청에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요청을 사실상 거부한데 이어 한진그룹 차원의 자금지원 마저 제동이 걸리면서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라고 우려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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