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프라이부르크 디터 잘로몬 시장과의 각별한 인연 내세워 소녀상 건립 합의
[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이르면 오는 12월 유럽에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5일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중심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디터 잘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과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행사는 유엔(UN)이 정한 제68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올해 12월10일에 맞춰 현지에서 건립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염 시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잘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 설치장소와 건립 시기 등에 합의했다.
염 시장은 "그동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둘러싸고 미국과 호주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일본 측의 조직적인 방해활동이 있었다고 프라이부르크 시장에게 전하자,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일본 정부와 극우단체들의 반발이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염 시장은 "일본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획책하고 설치를 방해할수록 평화의 소녀상은 늘어난다는 사실을 일본은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은 지난 5월 염 시장이 잘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에게 건립 제안서를 담은 친서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염 시장은 친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 국제사회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자"고 제안하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잘로몬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이 제안에 대해 "수년간 우리 프라이부르크시는 여성의 권리 증진과 양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캠페인을 벌여왔다"면서 "자유의 상징이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프라이부르크시에 소녀상을 건립하자는 염시장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화답했다.
수원-프라이부르크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은 현지 한인회나 민간영역이 주도적이었던 호주나 미국의 사례와 달리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두 시장의 적극적인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잘로몬 시장과 염 시장은 각별한 관계다. 두 사람은 1960년생으로 동갑내기다. 연임에 성공한 점도 닮았다. 잘로몬 시장은 2002년 첫 시장에 당선된 뒤 14년째 시장을 하고 있다. 독일의 시장은 임기가 8년이다. 염 시장 역시 2014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2012년 '국제환경도시연합체'(ICLEIㆍ이클레이)에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잘로몬 시장과 염 시장은 이클레이 글로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염 시장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시(市)의 규모는 차이가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인구 20만명이다. 반면 수원시는 이 보다 6배가량 많은 인구 120만명이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부르크는 수원 규모 이상의 도시라는 게 수원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잘로몬 시장은 이런 인연으로 지난해 4월 수청시청을 찾아 '프라이부르크의 신재생에너지'를 주제로 특강을 벌였다. 이어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는 각각 프라이브르크와 수원시에서 두 차례 자매결연식이 열렸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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