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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몸썸'타기…캐주얼 섹스의 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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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에서 번지는 청춘의 '돌직구 러브', 사이트 열어 담론화 주장 브란갈로바 교수는...


하룻밤'몸썸'타기…캐주얼 섹스의 관계학 사진 = 영화'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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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니 속으로 뛰어들어가 적시던 내 몸
황혼의 둑에 말리고
나는 너를 그리며
붉게 잊으리

- 성기완의 시 ‘황혼, 멱라수’ 중



난데없이 새벽 2시에 걸려온 전화. “완전 별루야.” 기대가 컸던지, 실망감이 가득 차다 못해 약간의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 유명한 ‘한남패치'에서 죽돌이들이 가득하다던 클럽에서 만난 훈남이랬다. 이름도, 성도 몰라도 상관없고, 말한다 한들 그게 진짜인지는 1도 중요하지 않다. 애프터 클럽으로 넘어갈까 하다가, 내일 출근이 신경 쓰여 곧장 MT로 향했다며 마지막 메시지가 온 게 12시 정도 였으니까, 뭔가 ‘역사’가 이뤄졌고, 그게 흡족지 않았단 이야기일 터. 그녀는 이 관계를 ‘원나잇’이라 부르면 고개를 내저었고, ‘캐주얼 섹스’라고 하니 마지못해 동의하는 눈치였다.

하룻밤'몸썸'타기…캐주얼 섹스의 관계학 30대 초반의 A양은 아직 결혼은 자신에게 너무 이른 것 같다며, 가벼운 연애에서도 상대가 결혼을 전제하는 경우 마찰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부담 없는 관계, 하지만 조심스럽게


결혼은커녕 생활을 공유하는 연애도 부담스럽지만, 외로운 독수공방은 더 싫다는 남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이 서른은 넘겼으니 주변에선 은근한 결혼 압박이 이어지고, 친구 친척 득남득녀 소식에 타임라인에선 분유 냄새가 진동할 판이지만 그래도 결혼은 싫고, ‘썸’이라고 하기엔 좀 낯간지러운, 보다 어른사이의 합리적 관계를 그럭저럭 이어간다는 그 남자, 그 여자에게 각각 서로에게 서로는 ‘섹파(섹스파트너)?’냐 물으니 손사래를 친다.


새벽녘 전화의 주인공 A양은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클럽문화를 좋아하고,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인물. 새벽까지 정신없이 놀아도 아침이 되면 말끔한 모습으로 회사로 향하는 그녀를 주변에선 ‘노력형 죽순이’라고 했다. 잘생긴 남자가 좋고, 잘하는 남자는 더 좋다는 그녀의 대답에 자연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짧은 만남, 관계에도 충실한 그녀의 모습에 선뜻 편견을 들이밀 수 없었기 때문. 그녀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넌지시 결혼의향을 물으시지만, 아직까진 스스로 아내와 엄마가 될 준비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고, 지난했던 연애 끝에 너무 많은 생활영역을 공유하거나, 깊은 관계에 안주하려고 했던 순간이 부담으로 다가와 마지막 연애 이후엔 가벼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룻밤'몸썸'타기…캐주얼 섹스의 관계학 20대 후반의 B군은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이 갖는 불안정성에 비춰볼 때 안정적인 연애조차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고백했다.


책임을 강요하기엔 강퍅한 현실

대학로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B군은 진지한 연애가 사치처럼 느껴져 고민이라고 했다. 훤칠한 키, 준수한 외모 덕에 지나가는 여성들의 시선이 그에게 한 번은 머물다 흩어지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스스로 고독에 몸부림쳤다. 기약 없는 오디션과 열악한 수입에 언제까지 도전만 계속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여자친구가 생겨도 데이트 비용이 부담돼 바쁘다는 핑계로 멀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헤어졌다고 말할 때 그의 표정은 한없이 슬퍼졌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제가 꼭 말론 브랜도 같아요.” 현대인의 고독과 자기중심적 성향이 잘 드러난 명작을 갖다 붙이는 거냐 힐난하자 머쓱한 듯 웃던 그는 간헐적인 캐주얼 섹스가 지금 자신에겐 맞는 연애방식이라 단언했다. “몸을 섞는 건데, 돈이 먼저 오가는 건 저로선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섹스 후에 같이 밥 한 끼 먹으며 주고받는 실없는 대화, 흘러나오는 뉴스들... 그런 게 좋아요. 그렇다고 일상에 받아들이는 건 부담스럽고....”


하룻밤'몸썸'타기…캐주얼 섹스의 관계학 자나 브란갈로바 교수는 '캐주얼 섹스'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녀가 현재 운영중인 사이트인 '캐주얼섹스 프로젝트 닷컴'은 불특정 다수의 접속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캐주얼섹스 경험기를 형식에 맞춰 서술하고, 이를 읽은 사용자들이 코멘트를 달며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뤄진다. 브란갈로바 교수는 이러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보다 깊이 있는 '캐주얼 섹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 = 캐주얼섹스프로젝트닷컴 메인화면


미묘하고 섹시한 관계, 그 후?

그들은 관계를 규정하는 단어를 낯설어했다. ‘캐주얼 섹스’란 단어도 생소한 듯 갸우뚱해 했고, ‘원나잇’이나 ‘섹파’라는 단어는 거기에 내재된 부정적 이미지와 일탈의 느낌에 거부감을 보였다. 자유로운 섹스 라이프를 즐기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캐주얼한 파트너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 물으니 공통적으로 ‘클럽’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빛만 보면 상대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고, 술과 음악, 분위기에 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캐주얼 섹스’에 대한 개방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뉴욕대학교 심리학 객원교수 자나 브란갈로바는 ‘캐주얼섹스 프로젝트’ 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다양한 섹스 경험사례를 게재, 공유하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캐주얼 섹스에 나이와 학력, 국적과 직업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아직은 표준화된 데이터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자유로운 경험에 대한 글과 이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을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기 위한 관계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고, 남성과 여성이 각각 ‘캐주얼 섹스’에서 느끼는 복합적 심리는 결국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영향으로 관계가 형성될 경우 후회, 죄책감, 그리고 수치심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이며 이런 다양한 감정을 (자신이 개설한) 사이트를 통해 털어놓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담론의 장이 형성됐다. 이를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룻밤'몸썸'타기…캐주얼 섹스의 관계학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빠르게 변하는 문화, 뒤처진 인식

결국 건강한 ‘캐주얼 섹스’는 자신이 이 관계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나의 만족뿐만 아니라 서로의 만족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결론. 하지만 관계의 주체인 개인의 생각과 별개로 행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아직 냉담하기 짝이 없다.


2015년 국내에서 발표된 박미숙 박사의 ‘대학생의 캐주얼 섹스가 심리적 안녕과 고통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 또한 캐주얼 섹스를 통해 청춘들은 자기효능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짐을 느끼지만, 동시에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가치관 사이에서의 갈등을 빚는다는 통계 결과를 다룬 바 있다. 연령대별로 자연스럽게 싱글 남녀들의 생활 속에 녹아든 하나의 문화이지만, 그런 자신의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하는 일은 꺼려지는 것이 현실인 셈. 이런 풍토 속에 다소 편협한 방식으로 캐주얼 섹스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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