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경영권 분쟁에서 피어오른 불씨를 검찰 수사로 옮겨 붙인 롯데그룹 총수일가 장남이 검찰에 출석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 ‘윗선’에 해당하는 고(故) 이인원 전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로 휴지기를 갖던 검찰이 수사 재개와 더불어 곧장 총수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일 오전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7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신 전 부회장은 취재진 앞에 일언반구 없이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신 전 부회장은 다수 계열사에 명목상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려둔 채 급여 명목 400억여원을 부당하게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장기간 일본 롯데를 이끌었던 그는 국내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외에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알미늄 등 다수 국내 계열사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상황도 파악할 방침이어서 조사는 밤늦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는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측면도 크다”면서 “상호간 입장 등에 대해 조사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시작으로 지배지분 불법이전에 따른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를 받는 가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 수혜자인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6)씨와 딸 신유미(33)씨 모녀도 조만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일본에 체류 중인 서씨 모녀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전날 법원이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한 신 총괄회장의 경우 방문·서면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조사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말 차남 신동빈 회장(61)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던 신 총괄회장은 올해 초 검찰에 직접 출석해 정상적으로 조사받은 바 있다.
총수일가가 어떤 형태로든 검찰 조사를 피할 방법은 없다. 검찰은 과거 대선자금 수사 당시 국내 출석을 기피한 전력을 감안해 총수일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상태다. 전날 탈세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일가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74)은 이미 수십억원대 개인비리로 구속 수감된 채 재판을 받아온 터다.
검찰은 총수일가 소환 및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의 황각규 운영실장(62·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66·사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조만간 신동빈 회장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불측의 사고, 추석 연휴 등 변수가 있지만 6월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표면화 한 롯데그룹 수사가 이달 내 일단락을 맞을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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