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해 정도를 걷는 수사를 공언했던 검찰이 갓길로 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뢰 혐의 등 피의자 신분인 우 수석이 여전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살아있는 권력’인 영향이 크다.
29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우 수석 가족이 소유한 정강 및 이 업체를 감사한 회계법인 사무실, 넥슨코리아 사무실과 서울지방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이 구성된 지 6일만에 물증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앞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정강’의 법인자금 유용 및 우 수석 아들 복무특혜 의혹 관련 횡령,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우 수석 의혹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우 수석 처가-넥슨 강남 땅 거래’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거래의 실질이 ‘뇌물’이라며, 거래를 주선한 것으로 지목된 진경준 전 검사장(구속기소)에 대한 부실검증 책임, 우 수석 처가의 탈세 의혹 등에 대해 형사고발했다.
지난 주말까지 특별감찰관실 및 고발인을 상대로 수사의뢰·고발 내용을 파악한 검찰은 발빠르게 정강의 재무·회계 자료, 우 수석 아들의 인사내역 등을 확보하려 나섰다. 다만 검찰은 법인 명의 리스차량 운용 및 재산신고 누락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우 수석의 서울 압구정 아파트 관리사무소까지 가고서도 정작 코 앞 자택은 수색대상에서 제외했다. 횡령 등 기업범죄를 수사하면서 대표이사 주거지를 건너뛰는 수사는 이례적이다. 정강의 대표는 우 수석의 부인이다.
우 수석의 청와대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진 전 검사장에 대한 부실검증이나 아들 보직 특혜 관련 직권남용 의혹을 규명할 핵심장소다. 그 밖에 우 수석 처가의 화성 땅, 골프장 운영지분 관련 불법 의혹도 당장의 수사대상에선 비켜간 모습이다.
수사 대상자의 태도도 대조적이다. “의혹만으로 사퇴하지 않는다”던 이 특별감찰관은 전날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으니 ‘일반 시민’ 입장에서 잘 조사받겠다”며 검찰 부담을 덜어줬다. 반면 같은 피의자 신분인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검찰 수뇌부 및 주요 보직 인사를 검증하는 요직으로 관례상 수사 현안 보고도 받는 지위다.
다만 특별수사팀 수사가 현 단계에서 수사범위를 확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사팀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의혹을 다루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우병우·이석수 두 갈래 관련)왜 한쪽만 하느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검찰 입장에서 수사가 잘 이뤄져 실체적 진실에 근접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 쪽을 먼저 하느냐 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대상 역시 영장발부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일단’의 선택이라는 게 수사팀 설명이다.
전례가 드문 청와대 압수수색 역시 아예 물 건너간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다만 실제 영장 집행은 제3의 장소인 서울 종로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영장 제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충분한 자료 제공을 거부하기는 했으나, 결국 특검팀이 기소한 경호처 직원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현 특별수사팀에서 공보를 맡고 있는 이헌상 수원지검 차장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으로 근무하다 특검팀에 파견돼 우회적이나마 청와대 압수수색을 집행한 경험이 있다.
한편 검찰은 전날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사무실도 압수수색하고, 이 특별감찰관 및 그와 통화했던 언론사 기자의 휴대전화도 영장을 제시한 뒤 임의제출 받는 방식으로 확보했다. 전화를 타고 감찰 범위 및 경과 등 직무내용이 흘러갔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특별감찰관실의 감찰내역을 토대로 누출 내용이 직무내용에 해당하는지 살필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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