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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셜록의 숙적 모리아티가 여자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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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셜록의 숙적 모리아티가 여자였다면… Mr. 홈즈 Miss 모리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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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모리아티(James Moriarty)는 아서 코넌 도일의 추리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21세에 훌륭한 과학 논문을 작성할 정도로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진 천재 수학자이자 명망 있는 강연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에서 홈즈는 모리아티의 필적과 서명을 분석해 그의 내면을 이렇게 정리한다.


"교수님의 필적을 심리적으로 한번 분석해 볼까요. P자, J자, 그리고 M자의 위로 향한 획은 천재 수준의 지적 능력을 나타내고, 하단부의 장식은 대단히 창의적이면서도 꽤 까다로운 성격을 말해주는군요. 하지만 글자의 전반적인 기울기와 표면에 가해진 압력을 관찰해보면 극도의 나르시시즘과 공감 능력의 절대적인 결여, 광기에 가까운 윤리의식의 부재가 현저하게 드러납니다."

이 부분은 최근 서민 교수가 쓴 칼럼을 생각나게 만든다. 제목은 '독서가 취미인 대통령님께'. 서 교수는 '내 옆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아마 동양북스에서 나온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일 것이다)라는 책의 39쪽을 인용한다.


"어떤 남성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고속도로에 역주행하는 차가 한 대 있으니 조심하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러자 그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 대라고? 수백 대는 되겠다.'…경계성 인격 장애, 자기애성 인격 장애, 그리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결코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곁을 떠나게 된다."

천재라고 해서 모두 인격 장애인이라고 할 수 없듯이, 인격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천재는 아니다. 후자는 쓸모조차 없어서 문제지만. 아무튼 인격 장애란 근본적으로 위험한 심리 현상으로서 치료가 필요하다.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천재 인격 장애인들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뇌가 명석할뿐 아니라 신체적인 능력도 탁월하다. 한마디로 '일류싸움꾼'이다. 오죽하면 천하의 홈즈가 모리아티와 격투를 하다가 이기지 못하고 함께 죽어 버렸을까.


홈즈와 모리아티가 죽은 곳은 라이헨바흐 폭포(Reichenbachfall)다. 마이링겐(Meiringen)이라는 도시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있는데, 낙차가 250m나 된다. 폭포 위에서 싸우다 아래로 떨어졌으니 안 죽으면 이상하다. 아서 코넌 도일은 '마지막 사건'이라는 작품에서 홈즈가 모리아티와 싸우다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고 썼다. 그러나 독자들이 난리를 쳐서 후에 살려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홈즈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절친한 친구 왓슨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홈즈는 죽어서는 안될 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다. 그러기에 코넌 도일이 죽은 뒤에도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 나온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황금가지)도 그중 하나다. 홈즈는 아흔세 살 노인이 되었고 왓슨도 허드슨 부인도 모두 죽고 없다. 홈즈는 은퇴해서 서섹스에서 양봉을 하며 만년을 보낸다. 이 작품은 영화 '미스터 홈즈'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 역을 맡은 이안 매켈런이 홈즈로 나온다.


그런데, 'Mr. 홈즈 Miss 모리어티'는 이러한 소설군 가운데서도 특별하다. 홈즈의 숙적 모리아티(책에 모리어티로 나오지만 국립국어원 표기법에 따라 모리아티로 쓴다)가 여자였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홈즈는 하이틴인데 타인의 감정에 아랑곳없이 자신의 생각과 추리를 자신만만하게 꺼내놓는 점은 원작의 홈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여주인공' 모리어티와 하이틴답게 '밀당'을 해가며 짜릿한 로맨스를 꽃피우니 희한한 일이 아닌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정분이라도 난다는 건가? 안 가르쳐준다. 사서 읽어보시길.


딱 하나, 귀띔하자면 소설 속에서 모리아티는 '나'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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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W 페티 지음/박효정 옮김/황금가지/1만28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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