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인원, 그룹 내 '정신적 지주'
급작스런 비보에 임직원들 동요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43년간 롯데그룹에 재직하면서 후배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동요는 어느 때보다 컸다. 황당무개한 소설일 것이라는 초기반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침통함으로 변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5일 저녁 '운동하러 가겠다'고 나간 뒤, 이튿날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기로 한 시각까지 연락이 닿지 않자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롯데 정책본부의 한 고위임원은 이날 "(이 부회장이)어제 퇴근 후 자택에 머물다 외출했다는 정도밖에 사실 확인이 안됐다"면서 "원래대로라면 오전 9시께 서초동 검찰청에 도착해야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보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이 부회장의 돌연 자살 소식을 접한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임직원들도 굳은 표정으로 충격에 빠졌다. 롯데 한 고위임원은 "평소 술도 드시지 않기 때문에 우발적인 자살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도대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우리도 이해가 가지 않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직한 성격으로 혹시 오해를 살까 점심도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라는 평가가 우세한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스럽다" 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하신 이인원 부회장이 고인이 되셨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며 "빈소 마련 등 장례 형식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는대로 알릴 예정"아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냈다. 또 이번 자살이 검찰의 과도한 수사 압박의 영향을 받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검찰 내부적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검찰 측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룹 2인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조사에 만전을 기울여왔다. 그룹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빠짐없이 개입했던 만큼 그의 증언은 롯데의 각종 불법과 비리 의혹을 밝혀낼 수 있는 핵심 요소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일가 소환에 앞서 이날 이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그의 자살로 전체적인 수사 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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