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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일반 슈퍼 일반 여름/박성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7초

 


 일반적인 슈퍼이나 일반적인 슈퍼만은 아닌
 슈퍼가 있다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쓴
 '일반슈퍼'라는 간판을 내건 면 소재지 슈퍼,
 올 들어 가장 덥다는 칠월 오후 핑계 대고
 일반적인 슈퍼와 달리 어제처럼 작심하고 한가하다

 이 일반슈퍼 지붕은 일반적인 슈퍼 지붕과 달리
 낮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차광막을 두르고 있다
 귀한 인삼밭에나 치는 검은색 차광막을
 여름이 오기도 전부터 지붕 전체에 둘러쳐 둔
 일반슈퍼 주인은 일반적인 슈퍼 주인과 달리
 피서를 나온 듯 한가로이 누워 더위를 피한다


 '청과류 일체'라는 선팅지가 붙여진 미닫이문
 앞 앵글 판매대에는 꼭지 시든 수박이 놓여 있다
 뜨거워 죽을 것 같은 여름엔 수박이면 그만이지
 따로 무슨 과일이며 채소 같은 게 필요하겠느냐고
 청과류 일체를 대표해 수박 세 덩이만 달랑 나와 있다

 면 소재지 다 털어 봐야 몇 십 가구 되지도 않아
 드나드는 손님이 아무리 뜸하다 하여도
 이 일반슈퍼는 여타 일반적인 슈퍼와 달리
 밖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을 두고 있다


 친절하고 싹싹하고 예의 바르고 품 괜찮기로 소문난
 이 버즘나무 종업원은 나이가 좀 들긴 했어도
 어서 오십쇼 안녕히 가십쇼, 하는 깍듯한 자세를
 여름 내내 시원시원 취하지 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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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심하고" 게으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게으르다. 상호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일반슈퍼"라니. '그냥 슈퍼'라고 하기엔 좀 겸연쩍었나 보다. 아니 "청과류 일체를 대표해 수박 세 덩이만 달랑" 내놓은 주인의 성정에 비추어 추측해 보건대 그런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을 듯싶다. 실은 막무가내 배짱인 셈이다. 여름이면 수박이고 수박이면 됐지 더 무엇이 필요하겠느냐는 맥락이니. 가끔은 이처럼 게으른 배짱이 참 그립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배짱 너머에는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이다. "다 털어 봐야 몇 십 가구 되지도 않"는 면 소재지이지 않은가. 그러니 이를 두고 배짱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일일 것이다. 보라. 그래서 "일반슈퍼" 주인은 그 참 미안한 마음을 슬쩍 버즘나무 그늘로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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