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최고 기록 경신 등 피해 극심...콜레라 등 전염병 창궐 조짐·4대강 녹조 초비상·가뭄 등 '엎친데 덮친 격'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보고서에 나온 '2020 폭염예상시나리오', 4년 앞당겨 현실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달 동안 폭염으로 달궈진 한반도가 신음하고 있다. 인명피해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와 가축도 폐사했다. 10여년간 사라졌던 콜레라가 재등장하고 식중독이 급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고, 높아진 수온으로 인해 녹조 현상까지 극심해지고 있다.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2020년쯤 닥칠 것으로 예상한 '한달간의 폭염지옥' 시나리오가 4년이나 앞당겨 현실화된 것이다.
25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24일 기준 2049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중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들은 주로 길가(8명), 밭(4명), 실외작업장(2명), 농장(1명), 공원(1명) 등 실외에서 작업 또는 이동 중에 쓰러진 경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043명의 환자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사망자 수는 2011년 집계가 시작된 후 사상 최고다. 가축ㆍ양식어류의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양식장에서 폐사한 어류의 숫자는 344만6359마리에 달한다. 가축도 닭 389만3525마리, 오리 14만6232마리, 메추리 7만마리, 돼지 8207마리 등 411만7964마리가 더위에 폐사했다.
사라졌던 아열대성 수인성 전염병 '콜레라'가 15년 만에 재등장하는 등 전염병이 창궐할 조짐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3일 광주에서 50대 환자가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 7일 경남 거제, 8일 통영에서 농어회를 먹은 후 설사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는데, 질병관리본부는 해외 유입 및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콜레라는 수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수인성 전염병이어서 지속되고 있는 폭염이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더위에 쉽게 상한 식재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바람에 개학을 맞이한 각급 학교에서 식중독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40여명이 복통을 호소하는 하는 등 이번 달에만 700여명이 넘는 학생ㆍ교직원들이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적게 내려 가을 가뭄이 우려됨에 따라 정부가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강수량은 전국 평균 778.5mm로 평년(947.0mm)의 82% 수준인데, 특히 8월 들어서는 평년의 15% 수준인 27.4mm밖에 내리지 않았다. 앞으로 3개월간 강수 예보에서도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저수지 저수율이 전국 평균 56%로 평년 77%의 7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목적댐의 저수율도 51.3%로 평년(53.5%)을 밑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남 신안, 경남 남해 등 일부 도서ㆍ해안 지역에서 논이 가뭄에 말라 붙는 '논마름 현상'이 6469ha 가량 발생했다. 전북 완주ㆍ부안 등에서는 가뭄에 밭 작물이 시드는 현상이 2만361ha에 걸쳐 나타났다. 이에 안전처는 이날 오전 각 부처ㆍ지자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교부세 지원 등 가뭄 극복 대책을 논의했다.
4대강 지역에선 폭염과 보 건설에 따른 호수화의 영향으로 녹조가 강 위를 뒤덮어 수생 생태계 파괴는 물론 상수원 오염 등이 우려되고 있다. 한강에서도 지난 18일 마포대교 인근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등 수질 오염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조 발생에는 폭염보다 보의 역할이 크다"며 4대강 보 수문 상시 개방을 요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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