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들어 한 달간 최고 기온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지속되면 많은 피해를 남기고 있는 가운데,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한달간의 폭염지옥-2020년 폭염예상 시나리오'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연구원은 2020년 여름을 가정해 '폭염 지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반도에 30일째 33도 이상의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폭염 지옥'이 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른 폭염과 마른장마가 8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전국 강과 호수가 전부 메말라 농산물이 죽는 바람에 물가가 급상승했다. 사람들은 더위는 물론 면역력 저하로 인한 세균성 질환 등 질병이 급증하면서 쓰러져 갔다. 한 달 새 죽어나간 사람만 1만여명에 달했다. 한반도 전체가 뜨거운 불판으로 변하자 각종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버스 타이어 폭발, 기차 선로 변형 등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죽었고, 교통은 거북이 걸음이었다. 한반도는 말 그대로 '지옥'이 되고 말았다.
당시 연구원은 기후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근 30년간 한반도의 기후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가까운 미래인 2020년쯤 이른 폭염과 마른장마, 한여름 폭염이 동시에 발생해 30일이 넘게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같은 연구원의 시나리오는 예상보다 4년이 앞당겨진 2016년 여름 한달 이상 폭염이 지속되면서 조기 가시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른 무더위가 마른 가뭄에 이어 한 달 넘게 33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연구원이 예상한 그대로이다. 연구원은 또 이로 인해 가축ㆍ어류 폐사와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과 하천이 '녹조 라떼'로 가득 차고 바다에 적조가 창궐해 어폐류 및 수산자원의 타격과 식수 등 각종 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 또한 어느 정도 들어 맞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더위로 인해 1만여명의 초과사망자 수가 발생하고 온열질환자 뿐만 아니라 콜레라, 댕기열,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는 예상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24일 현재 온열질환 사망자는 17명으로 역대 최고이며, 환자는 2080여명에 달한다. 노약자 등 간접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이번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10여년 동안 국내에서 사라졌던 콜레라도 지난 23일에 이어 25일에 환자가 발생하는 등 재등장한 상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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