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현안마다 이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리더십 부재 상황은 정기국회에서 더 심화될 전망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의 대결구도가 보다 선명해지면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갈등ㆍ대립 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다음달 1일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열린다.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예산 심사, 국정감사, 입법활동에 나서지만, 현재로서는 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내년 대선 등을 의식해 여야간 선명성 경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큰데다 굵직한 정책 현안들의 경우 내년 대선 공약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현재 9월 정기국회 일정 등은 개원일자와 예산안 제출일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국정감사가 추석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예산안 시정연설, 구체적 국감시기, 예산안 의결 시점 일정은 모두 물음표인 상황이다.
시작도 안한 정기국회를 두고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은 여야 원내지도부의 리더십 공백 탓이 크다. 여야는 20대 들어 서둘러 원구성 협상을 마쳐 협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지만 각종 현안에 있어서는 이견만 확인했다. 원구성이 예년에 비해 극히 빨리 이뤄졌고, 상임위 현안보고 등도 서둘러 이뤄졌던 점을 감안할 때 개원 76일이 지난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여야간 정쟁이 격화되지 않았던 것은 여야 원내지도부가 쟁점현안을 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추경 처리와 하나만 보더라도 잠정 합의 등을 포함해 두 차례 일정 합의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협상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반면 야당의 경우에는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행태는 정기국회 이전 여야 지도부가 확정된 이후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표적 친박(친박근혜) 정치인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청와대와 당의 일치를 더욱 강조할 것이고, 더민주 신임 지도부 역시 김상곤ㆍ추미애ㆍ이종걸 후보(기호순) 3인 중 누가되더라도 선명성 경쟁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당의 경우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상당수 정책현안에 있어서 비슷한 입장이어서, 선명성을 두고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이 1년 4개월 남은 대선에 관심을 갖는 것도 정기국회를 어둡게 한다. 여야 모두 핵심 정책 법안들의 경우에는 내년 대선공약과 연계를 생각하고 있어 올해 정기국회에서 의지를 보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굳이 꼭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더라도 여야 모두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에 인수위원회 등을 꾸려 차기 정부의 핵심 성과로 돌리겠다는 생각들이 국회 전반에 팽배한 상황이다. 정기국회가 일종의 대선공약의 선전기간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예산의 경우에도 예년과 달라진 여소야대 상황이 전혀 예상 밖 전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산과 예산부수법안의 경우 12월1일을 넘길 경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박광온 더민주 간사는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상 등을 담은 야당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당연히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야3당의 공조 여부에 따라서 예산과 예산부수법안 등에서 야당 단독 처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최근 들어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치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간 핵심 법안의 이견차이도 큰 상황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통해 경영권 견제 기능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누리과정의 항구적 대책 마련 등에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검찰개혁,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등도 야당이 요구하는 핵심 목표다. 문제는 이같은 사안에 있어서 여당은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상임위원회는 물론 지도부 차원의 격돌을 피할 수 없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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