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박지원(74)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김종필(90) 전 국무총리를 예방한다. 박 위원장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호남참여연정론'을 꺼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DJP연합의 한 축인 김 전 총리와의 만남에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청구동에 위치한 김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두달 전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에 따른 예방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헌정사상 유일한 연정케이스인 DJP연합의 당사자와 회동을 갖는 만큼, 예사롭지 않는 만남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전 총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호남-충청의 지역연대인 DJP연합을 성사시켜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같은 전략은 DJP연합이 붕괴된 2002년 대선에도 적용되기도 했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종시' 카드로 호남-충청을 아우르는 지지기반을 구축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박 위원장 역시 호남만으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한 만큼, 호남 주도로 타(他) 정파·지역과 연대해 집권하는 호남참여연정론을 강조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독자집권이 어렵다고 하면 호남참여의 연정론을 계속 부르짖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호남의 가치와 호남의 몫이 확보되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호남참여연정론은 2012년 선진통일당 소멸 이후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충청지역 민심과도 연결고리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5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지지그룹이 자신에게 호남-충청연대를 복원하는 '뉴 DJP연합'을 제안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반 총장은 방한(訪韓), 김 전 총리를 예방하는 등 대권도전을 시사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번 박 위원장의 예방에 대해 "이전부터 약속한 회동"이라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즈음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선 1년을 앞두고 각 정파·정치인들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은 잦아지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15일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영화 '덕혜옹주'를 감상했고, 야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강진을 찾아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이 야권 이합집산의 전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