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반값 할인'은 예사
'80% 할인'도 부지기수
빙과업계 수익률 3%대 수준
시장질서 혼란 넘어 공멸 위기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 정착 절실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17일 서울 양천구의 A수퍼마켓. '바 제품 정찰가로 전환 800류'라는 안내판을 내걸었음에도 해당 제품을 550원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약 50여m 떨어진 B수퍼에서도 '막대 아이스바 76%할인 380원'의 안내판이 써져 있었다. 특히 이 곳은 전단행사 제품임을 앞세워 '아이스크림 2개 구입시 1개 무료 증정' 등 변종 할인 판매도 하고 있었다. B수퍼 주인은 "300원대에 팔던 아이스크림을 바로 2배 이상 올리면 누가 사겠냐"며 당장은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빙과업체들이 고질적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과도한 할인을 없애기 위해 권장소비자가 표시로 제값 받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업체들은 8월부터 생산되는 바형 제품에 순차적으로 권장소비자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빙과 제품 가격이 지나친 가격 할인으로 시장이 혼탁해지고 원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실제 빙과업체는 지난 수년간 고무줄 가격으로 소비자 원성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동네 수퍼마켓과 대형마트의 할인 경쟁으로 인해 80% 할인, 1+1 행사 등으로 원가에 대한 의구심 제기와 함께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 질서에 위배 된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 아이스크림 판매가는 마트, 편의점, 수퍼마켓 등 유통업체가 결정하고 있지만 빙과업체가 고무줄 가격의 주범으로 몰린 탓이었다.
참다 못해 빙과업체가 내린 특단의 조치가 권장소비자가 표시제 시행이다. 빙과제품이 높은 할인률로 수퍼마켓에서 미끼상품으로 전락하고 아이스크림 수익률이 평균 식품 수익률 5%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3% 선에 그친 것이 주 원인이 됐다.
수익성 악화와 원가 압박에 빙과 가격도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 '월드콘'과 '설레임'의 제품을 각각 10ml 늘리고 1200원에서 1300원으로 100원씩 인상했다. 업계 1위의 가격 인상에 따라 후발주자들도 가격 올리기에 동참했다.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 업체들은 아이스크림 콘 제품에 대해 일제히 평균 100원 가량 납품단가를 올렸다.
업체들은 "유통 환경 악화로 납품가가 계속 하락해 수익성이 나빠졌고 주요 원·부재료비가 2011년에 비해 크게 올라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가격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소비자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권장소비자가로 인해 평소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권장소비자가까지 불을 질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지난해 아이스크림 품목은 원재료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오히려 소비자가격이 상승했다"며 "실제로 지난해 원재료가격 평균이 전년 대비 18% 넘게 하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1.7% 올랐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권장소비자가 표시제가 자리매김한다면 과도한 할인행사가 자제되는 한편 제조업체에서 가격 컨트롤이 가능해 빙과류 전체 가격의 안정화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당장 저렴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수 없다는 소비자 입장 불만이 나오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원자재와 생산공장 등 연계된 수많은 업체와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제품 연구개발에 힘써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에 보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빙과업체들의 수익성이 최악의 상황까지 다달았고 더 이상의 과다 출혈경쟁은 시장의 고사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빙과제품을 할인 유통해온 판매점과 중간상들과 소비자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번 기회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권장소비자가격 제도가 온전히 정착이 되면 시장의 무분별한 할인판매가 제한돼 빙과업체의 납품가 인하압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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