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환 도봉구 부구청장과 부인 최미숙씨 각종 시 낭송대회 수상 등 화제...요즘도 매일 노원구 상계동에서 당현천과 중랑천을 걸으며 도봉구청으로 출근하면서 부인과 함께 시낭송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지난 7일 열린 '문경새재 전국 시조암송경연대회'는 시조 부활을 위해 노력하는 나래시조시인협회 시인들이 모여 만든 '문경새재 여름시인학교'(교장 권갑하 시인) 프로그램 일환으로 올해로 4회째다. 시조 100편을 단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암송해야 하는 대회로 예선을 거쳐 16개 팀이 본선에 오르면 두팀씩 무대에 올라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 되는 대회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극도 긴장이 있는 대회였지만 1년간 열심히 준비한 결과 우승까지 하고 시인학교에 참여한 시인들로부터 시조낭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나니 매우 기쁨이다.특히 이번 대회를 위해서 100편의 시조 중 20여편을 부부가 함께 낭송하는 부부합송으로 준비를 하면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우리 부부가 함께 이루어냈다는데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윤기환 도봉구 부구청장이 '문경새재 전국 시조암송경연대회'에서 1등(장원)을 한 후 밝힌 소감이다.
윤 부구청장 부부는 '시 낭송하는 부부'로 불릴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13년 부인 최미숙씨가 '박경리 시낭송대회 최우수상'을, 윤 부구청장이 '천상병 시낭송대회' 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시 낭송 대회에 진출했다. 이어 다음해 부인 최씨가 '시민 시낭송경연대회 대상'(문학의집 서울), 윤 부구청장이 같은 대회서 장려상을 받았다. 또 같은 해 윤 부구청장이 ' 심훈 시낭송대회' 은상, 윤 부구청장과 부인 최씨가 '한밭 시낭송대회' 동상, ' 안양 시낭송대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는 최씨가 '윤동주 시 암송대회 우수상'(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과 '신석정 시낭송대회' 은상, 윤 부구청장이 '재능 시낭송대회' 장려상을 받았다.
이어 올 1월 윤 부구청장과 최씨가 '전국 대학로 시낭송대회' 우수상(부부합송)을 수상할 정도로 유명하다.
윤·최 부부의 시 낭송은 아내 최씨가 거리에 붙어있는 현수막으로부터 우연히 시작됐다고 한다. 최씨가 2011년 수락산자락에 조성된 ‘천상병공원‘ 개장기념행사에 시낭송이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참여하게 된 것이 시낭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이후 시낭송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전국 시낭송대회에 참여하기 시작, 2013년도에 박경리시낭송대회 (원주 박경리문학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2014년도에는 시민시낭송경연대회(문학의집 서울 주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시낭송가'로 인증도 받게 됨.
이런 아내 최씨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의 시낭송 대회에 참여하는 아내와 함께 차로 동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낭송을 접하게 됐다. 특히 2013년 첫 번째로 참여한 천상병 시낭송대회(의정부시 주관) 에서 뜻밖에 '동상'을 받게 되면서 시낭송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윤 부구청장은 "아내가 그랬듯이 우연히도 우리 부부의 시낭송의 시작은 이렇게 천상병 시인으로부터 시작됐다"며 " 이후 부부가 함께 하는 합송으로 시낭송대회에 출전, 여러번 수상을 하면서 시낭송계에서 부부낭송가로 작은 주목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시 낭송을 하면서 좋은 점에 대해 윤 부구청장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 네 삶이 곧 시(詩)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시는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있는 가장 순수한 언어의 결정체다. 그래서 시를 읽고 낭송하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각박한 현실속에서 부데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시 한수 담고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0여년 공직생활로 참으로 바쁘게만 살아오면서 건조했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 것이 바로 詩였다고 덧붙였다.
부부의 경우 시낭송을 하면서 금슬이 더욱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이번 시조낭송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며 특히 아침 저녁 당현천과 중랑천을 따라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데 아내가 출퇴근 시간에 맞춰 동행해 줌으로써 당현천과 중랑천을 거닐면서 함께 시낭송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 부구청장은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당현천에 발을 담그고 밤늦게까지 시낭송을 준비하던 추억은 우리 부부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대회에서인가 한 사회자가 “저 부부는 싸울 때도 시낭송하는 것처럼 싸울 것 같다”고 해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윤 부구청장은 시 낭송 방법도 전했다. 그는 "먼저 시를 낭송하기 전에 시를 많이 접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경험에 의하면 시를 낭송하기 전에 수십 번 시를 읽고 그 시를 지은 시인의 詩心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난후 詩가 체화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원고를 보면서 낭독(朗讀)을 한 후 원고를 보지 않고 낭송(朗誦)하는 단계에 이르면 비로소 자연스러운 낭송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누구나 성우의 목소리를 타고 나야 시낭송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꾸준히 노력하면 목소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좋은 시낭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팀까지 주었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기억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암기력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암기속도가 느려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더 많은 노력을 하면 극복될 일이지만 지금도 시낭송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시인의 시심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전달력이 떨어짐을 느낄 때라고 고백했다. 이럴 때 많은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다.
낭송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목소리도 좋지만 언어를 소화하고 전달하는 호소력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고 고백했다. 시낭송 핵심은 언어의 전달력이라 생각한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윤 부구청장은 향후 계획과 관련,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평생 공직생활로 건조했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 것이 시(詩)였다. 지금까지 우리 부부는 각자 200여편 정도의 시를 암송해왔다. 앞으로 500편 암송을 목표로 좋은 시와 늘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퇴직 후 부부가 함께 시낭송을 하면서 시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금슬 좋은 부부로 아름답게 익어가는 것이 꿈이다. 아직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시를 쓰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우리 부부가 시낭송을 통하여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위로를 줄 수 있는 ‘부부 낭송가’로서의 노년의 삶을 꿈꾸고 있다고 맺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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