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한진해운에 대해 "추가 지원은 없다"라는 원칙론을 재확인하면서 구조조정 중인 한진해운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진그룹 측은 "선박금융 상환유예와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면서 부족자금 마련 방안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외 추가로 선박금융 협상을 진행 중인만큼 이 협상의 성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부족자금은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정상화 방안에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자구노력이 원칙이라는 임 위원장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기업구조조정 관련 브리핑 후 임 위원장은 "유동성 부족문제는 스스로 자구계획을 갖고 추진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현대상선과 동일하게 한진해운도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해 필요한 유동성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진그룹의 대주주가 한진해운의 소유주인 만큼 지분 매각과 사재출연 등의 자구안 마련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은 향후 1년6개월간 약 1조∼1조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애초에 한진그룹에서 제안한 4000억원과 별도로 7000억원의 추가 자금 마련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추가 자금 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4일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3개월 내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와의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체 가입 등 3가지 전제 조건을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한진해운은이 자율협약 마감 시한을 다음달 4일까지로 한 달 연장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부족자금 1조~1조2000억원 마련 방안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회생할 수 있다.
채권단 측에서 제출시한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 개최 3주 전 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업계에서는 내주까지 부족자금 마련안을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말까지 해외 금융사를 포함한 선박금융 상환유예,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조정 협상에서 최종 답변을 받으려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선박을 사들이기 위해 국내외 금융사 수십곳으로부터 약 2조2500억원을 차입했는데, 이 중 5000억원을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 한진해운은 5000억원의 상환 기일을 3년 가량 유예하는 조건으로 금리를 올려주는 방안을 금융사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은 부족한 자금을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경영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결국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안이 나오지 않으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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