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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은하 고고학'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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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은하 고고학'을 아시나요 황나래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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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 피서지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휴가를 떠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살펴본다고 상상해보자. 무엇이 보이겠는가? 어느 지역 사람들이 언제 많이 움직이는지가 보일 테고,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알 수 있다.


우주의 별과 은하의 ‘삶’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사용하는 연구 방법은 '인류학'과 비슷하다. 지구자전 및 공전에 의한 효과를 제외하면, 유성이나 행성 같은 일부 천체를 뺀 별과 은하 등 보통 천체의 '움직임'은 아주 미미해 우리에게는 마치 하늘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모든 별과 은하, 즉 천체는 나름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고유운동'이라고 한다. 천체의 고유운동은 아주 오랜 기간 반복해서 정밀하게 관측해야만 알아낼 수 있다. 최근 인공위성을 이용해 별의 고유운동을 측정하고 있다. 1989년 발사된 히파르코스(Hipparcos) 위성은 1993년까지 약 10만개 별의 위치와 고유운동을 관측했고 2013년 말에 발사돼 지금도 임무를 수행 중인 가이아(GAIA) 위성은 2018년까지 약 10억개(Milky Way에 포함된 천체의 약 1%)에 달하는 각종 천체의 위치, 밝기, 고유운동 등을 관측하여 기록할 예정이다.

1000억개 정도의 별로 구성된 우리은하는 약 138억년 전 우주 탄생 직후 태어난 커다란 모은하와 그 주위에 흩어져 있는 작은 왜소은하들이 합쳐져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많은 별들의 고유운동 정보를 바탕으로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은하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밝힐 수 있다. 인류학자가 인류의 역사를 알아내듯 천문학자는 우리은하의 역사를 알아내는 것이다.

[사이언스 포럼]'은하 고고학'을 아시나요



별들의 운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위에 존재하는 무거운 다른 천체 또는 암흑 물질의 영향을 받아 속도와 방향 등 움직임의 성질이 변한다. 천체의 고유운동만으로는 약 100억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은하의 기원을 밝히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별의 화학적 성질이다. 특히 '중원소 함량'이라고 부르는 수소 보다 무거운 원소(탄소, 산소, 질소, 나트륨 등) 함량은 마치 사람의 DNA와 같다. 별의 생성 시기(나이)와 진화과정에 따라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가 서로 닮은 것과 마찬가지로, 중원소 함량이 비슷한 별은 비슷한 조건의 분자구름에서 생성되어 비슷한 진화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별의 고유운동에 중원소 함량 정보를 결합하면 마치 여름 휴가 인파의 움직임을 국가별, 인종별로 나눠서 관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별의 나이가 많으면 중원소 함량이 매우 낮고, 나이가 적을수록 중원소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별의 중원소 함량으로부터 그 별의 나이를 가늠할 수도 있다. 질량이 태양보다 작은 별들은 수명이 약 100억년 이상에 달한다. 이론적으로는 138억년 전 우주탄생 직후에 생성된 ‘우주 최초의 별'도 중원소 함량 연구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이 흔히 '은하 고고학(Galactic Archaeology)'이라 부르는 이 연구 분야는 구경 8~10m급 대형지상망원경이 가동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별의 화학적 조성을 정밀하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별빛을 파장에 따라 분해하는 고성능 '분광기'를 사용해야 한다. 별 빛을 아주 많이 모아야 하기 때문에 빛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커다란 망원경이 필요하다. ‘우주 최초의 별'은 매우 어둡기 때문에 심지어 현존하는 8~10m급 대형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천문학자들이 더 큰 망원경이 필요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국제공동으로 건설에 참여하는 구경 25m급 거대마젤란망원경(GMT)과 초정밀 분광기인 G-CLEF가 가동되는 2020년대에는 은하 고고학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천문학자들도 전 세계 천문학자들과 나란히 한 단계 도약한 은하 고고학 현장에서 ‘우주 최초의 별' 연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황나래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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