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겨도…너무 많은 상처남긴 與 전대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 왼쪽부터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 정병국 의원.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이 9일 오후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해 4ㆍ13 총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정상적인 지도체제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전대기간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당내 계파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여기에 당내 주요 대권주자들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전대를 통해 선출되는 새 지도부가 반쪽 계파의 지지만 받은 꼴이어서 당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우려는 당내 갈등이 이번 전대를 통해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새 지도부는 본격적인 당 혁신 작업과 계파 청산에 나설 예정이지만, 한쪽 계파의 지지만으로 당선된 '반쪽 대표'가 제대로 역할 수행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이번 전대의 핵심 화두는 '계파 청산' 이었다. 4ㆍ13 총선 직전 새누리당을 뒤흔든 계파갈등이 제1당을 내주는 참패의 원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당권 주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내가 계파 청산의 적임자"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대는 결국 계파 대결 양상으로 흘러버렸다. 경선 도중 터진 친박(친박근혜)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은 비박(비박근혜)의 반발을 불러왔다. 친박(친박근혜)에서는 비박의 두 차례 단일화와 당내 대선 주자들의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문제 삼았다. 또 선거 막판에서는 '오더 투표'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누가 당대표가 되도 당을 장악해 계파 갈등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친박에서 당권을 장악한다면 여전히 당이 청와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비박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본격화 될 것이다. 또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박에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도부에 힘이 실리기도 어렵다. 여기에 멀리는 대선 경선, 가까이는 당 운영 방향과 당직 인선ㆍ지명직 최고위원 결정 등 전대 이후에도 계파갈등을 부추길 요소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당내 주요 대선주자들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도 뼈아픈 부분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등은 공개적으로 비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친박에서는 대권주자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면서 계파갈등을 자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정현 의원은 "대권을 꿈꾸는 유력한 당내 인사가 중립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지 않은 건 정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장우 의원은 "선거 개입은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당규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혁신비대위원회에 김 전 대표의 징계 처분 절차를 진행해달라며 날을 세웠다. 김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은 차기 대권 가도에서 당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박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경우 당권 출마를 검토하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에서 총선 패배에 이어 한 번 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새누리당이 전대 이후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자중지란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화합과 쇄신이 차기 지도부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