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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진실을 말할 때 위험이 따르는 '위험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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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진실을 말할 때 위험이 따르는 '위험한 사회' 이의철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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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얘기할 땐 위험이 따른다"를 가훈(家訓)으로 삼고 있는 선배가 있다. 위험까지는 아니지만 진실은 때론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 진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과 대척점에 서 있을 땐 더욱 그렇다. 이럴 땐 정말 오해를 바로잡고 진실을 얘기하는 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에 대한 많은 오해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유보금'이라는 단어의 틀에 갇혀 마치 회사에 쌓아둔 현금처럼 알고 있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이란 생산시설이나 공장 부지 등 일체의 자산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현금성 자산'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을 설립한 이후에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을 뺀 금액을 '회계적으로' 기록한 것이 바로 사내유보금이다.

사내유보금은 아주 정치적인 이유로 이슈화됐는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 탄생한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그것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투자, 임금, 배당에 쓰이지 않는 기업의 이익엔 추가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요는 이 법의 사회적 공감대를 위해선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만 두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식의 오해(?)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를 하면 사내유보금은 실제론 늘어난다. 사내유보금엔 기업이 사들인 토지나 기계설비 등이 회계적으로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문에서조차 "기업들이 곳간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수백조원" "기업의 과도한 유보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데 써야"식의 황당한 문구를 보게 된다. 유보금을 줄이려면 적자를 내든지, 이익을 낸 것보다 주주들에게 더 많이 배당을 해주든지, 무상증자를 해서 회계상으로만 줄이든지 하는 세 가지 방법 외엔 없다.

'김영란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국회의원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국회의원은 선출직이지만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금품수수의 경우 예외 없이 '김영란법'을 적용받는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이른바 '3,5,10' 원칙도 똑같이 적용된다.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도 국회의원은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다. 다만 김영란법은 국회의원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 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의 이면도로에 CCTV를 달면 예산을 지원해주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법 시행 이전에 주민자치회가 돈을 모아 CCTV를 단 A아파트 단지는 예산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A아파트단지 주민자치회장이 지역구 의원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고, 국회의원이 행정안전부 담당 국장에게 해당 사안을 검토해보라고 얘기했다. 이 경우엔 공익적 목적으로 제 3자의 고충민원이 전달됐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팩트가 명확한데도 상당수 언론들은 이를 무시한다. 실제로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사내유보금의 경우 '기업 때리기'라는, 김영란법의 경우 법 자체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


기자란 상식으로 포장된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집단이다. 기자는 가장 상식적이지만 때론 상식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기자의 합리적 의심은 그런 점에서 면책이 되며,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기자들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라고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오히려 기자들에겐 명예로운 일 아닐까. 앞서의 그 선배는 가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진실을 감추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의철 금융부장






이의철 기자 charl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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