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간다. 개는 주인과 나란히 가기도 하고, 앞서 뛰어가기도 하고, 뒤를 졸졸 쫓아오기도 한다. 다소 어지럽게 '천방지축'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 개는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투자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코스톨라니의 개' 이야기다. 개(주가)가 주인(기업가치)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도 결국 주인을 떠날 수 없는 것처럼 주가도 기업가치에 수렴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예기치 않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급락했던 증시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13일 코스피는 오히려 영국의 국민투표 직전보다 더 올라 한달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구축돼 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종말이니 하며 '설레발'을 친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하는 움직임이다. 공포에 휘둘려 급락장에서 투매를 한 투자자들 역시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브렉시트에 대한 공포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큰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6월24일(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날) 지금과 같은 증시 흐름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대부분 잘못된 예측을 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코스톨라니의 개처럼 시장을 이기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시장대비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투자자들은 극소수다. 단기간 압도적 성과를 내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부분 평균에 수렴하는 게 보통이다.
13년간 시장을 이긴 피터 린치(Peter Lynch) 같은 이는 글자 그대로 '전설'이다. 피터 린치 같은 전설의 투자법을 따라하는 건 유용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펀드매니저들에게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한다고 한다. 이 운용사의 펀드들은 3년간 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수익률이 좋다 보니 돈도 많이 몰리고 있다.
이 대표는 "대부분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 같은 전문가들도 예외없이 평균에 수렴하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지난 3년간 잘했기에 앞으로 3년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매니저들에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시장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라면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 실제 가훈이 '주식하지 마라'는 집이 있는가 하면 경영학과 교수조차 주식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을 보면 주식을 안 하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돈을 잃지 않는다. 꼬박 꼬박 저축을 하는 게 안전한 것도 맞다. 문제는 은행 이자가 너무 싸다는 점이다. 투자와 담을 쌓고선 재산을 불리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재산 증식을 원한다면 싫든 좋든 투자를 해야 한다. 이 투자가 꼭 직접 주식투자일 필요는 없다.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상품도 투자 대안이다. 정부가 밀고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역시 투자상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간접투자상품 역시 알아야 한다. 그냥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2000년과 2007년 펀드 열풍이 불때 투자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쪽박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광풍이 불었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해 보이지만 투자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쌀때 사서 비쌀때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주식이든 펀드든 ELS든 이 원리는 같다. 매순간 변하는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본질 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만 판단한다면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손자병법에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비교 검토한 후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아니하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말이 있다. 반면 '적의 실정은 물론 아군의 실정까지 모르고 싸운다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고 했다.
투자로 돈을 벌고 싶다면 나를 먼저 알고, 나에게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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