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1년 이내 어음발행, 외국환 업무 등 허용…법인지급결제 기능은 빠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자본 확충 인센티브를 제공해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한다. 당초 5조원으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을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 3단계로 세분화해 각 단계에 맞춰 신규업무 범위를 넓혀주기로 했다.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기능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국내 증권산업이 중개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자 '종합 기업금융서비스'를 확대, 국내 증권사가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하는 IB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은행이 과감하게 대출하지 못하는 혁신형 기업과 대규모 프로젝트 등에 다양한 형태로 모험자본을 공급함으로써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의 다양성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수준별로 허용 업무 범위와 인센티브를 차등화해 제공할 예정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해당하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와 4조원 이상, 8조원 이상의 3단계로 구분해 신규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획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 KB+현대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대부분이 자기자본 3조~4조원대에 몰려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이 자기자본 6조7000억원(2015년말 기준)으로 가장 많고 NH증권 4조5000억원, KB+현대증권 3조8000억원, 삼성증권 3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 3조2000억원 순이다.
금융위는 우선적으로 현재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는 ▲새로운 건전성 규제(NCR-Ⅱ) 적용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액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중개업무 허용 ▲정책금융기관·국부펀드·성장사다리펀드 등을 활용한 해외진출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에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금융과 관련해 외국환 업무도 허용할 방침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는 이 같은 혜택에 추가로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을 통합 운용하고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 ▲현재 은행에만 겸업이 허용된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일부 허용할 예정이다.
다만 논란이 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기능 허용은 이번 초대형 IB 육성 방안에서 빠졌다.
이번 제도 개선 방안으로 금융위는 초대형 IB 육성을 통해 자본시장의 실물경제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금융투자업 자체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현 자본시장국장은 "자본시장의 기업금융 기능이 크게 제고되고 증권사의 자기자본 확충 및 대형화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개업에 편중된 우리 증권산업이 '기업금융 중심의 IB'와 '위탁매매 중심의 중개업자'로 특화해 발전할 수 있는 기반 또한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하반기중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오는 2017년 2분기부터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외국환 업무 확대 등은 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과 하반기중 세부 방안을 협의·확정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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