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자본 확충 인센티브를 제공해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한다.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 3단계로 세분화해 각 단계에 맞춰 신규업무 범위를 넓혀주기로 했다. 다음은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2013년 선진형 투자은행으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금융 업무는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선방안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투자은행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신규업무와 인센티브를 차등하여 부여함으로써 대형화를 유도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성장잠재력 높은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지원, 모험자본의 공급, 기업에 대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 등 고부가가치 기업금융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발행어음 업무나 종합투자계좌 업무를 영위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실제로 은행과 동일한 것 아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경우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 업무 등이 허용되더라도 은행업과 예금자보호 미적용, 여신한도, 개인여신 제한, 수신한도 및 운용규제, 수익률 및 안정성 등에서 차이가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금융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업금융은 일반 은행과는 어떻게 차별화 되는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일반적인 은행과 동일한 형태의 대출, 보증업무를 수행한다면 은행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금융은 혁신형 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나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중·후순위 대출 및 투자 등 자본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는데 주력하도록 할 방침이다.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로 자금을 조달해 신용공여 업무를 수행하면 은행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지 않는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기업신용공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에서 명시적으로 은행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음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으로 인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증권사는 지금도 소매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금조달·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량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규제장치를 마련했다.
▲단기 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장기로 운용할 경우 만기 미스매치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증권사는 현재도 전자단기사채나 기업어음, RP 거래 등을 통해 단기자금을 조달해 채권 등 장기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만기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원화유동성 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규제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고유동자산/1개월간 순현금유출액) 등 별도의 유동성 규제 도입을 추진한다.
▲NCR-II가 도입되면 건전성 관리가 약화되는 것 아닌지
=NCR-II는 우량한 대출자산인데도 단지 만기가 길다는 이유로 높은 수준의 건전성 부담을 주고 있는 현 NCR 체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NCR-II 체계를 도입하면 만기가 긴 대출자산 등 비유동 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별도의 유동성 규제를 통해 적정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IB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의 고위험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은 기업금융 업무 등 핵심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한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의 IB업무 관련 사업부의 수익기여도는 50~60%에 달하나 국내 대형 증권사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번 방안은 금융위기 이후 해외 IB들이 집중하고 있는 기업금융 업무를 우리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4조원, 8조원의 자기자본 기준은 특정 증권사에 유리한 것이 아닌지
=현재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증권 합병증권사와 NH투자증권 2곳이 있으며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법인도 4조원에 근접한 자기자본을 갖게 될 것이다. 이 경우 5개 종합금융투사자업자중에서 3개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에 해당해 인센티브를 적용받게 되며 나머지 2개사도 이익유보, 증자, M&A 등을 통해 단기간 안에 4조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기자본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만큼 특정 증권사에 유리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려움
▲예금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데,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를 통해 기업금융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
=현재도 증권사들은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CMA계좌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의 경우에도 증권사 CMA와 유사하게 운용이 가능하므로 투자자들의 단기자금 운용수요를 기반으로 기업금융재원을 조달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환 업무 신규허용으로 달라지는 사례는
=지금까지는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경우 선물환 업무는 증권사에서, 현물환 업무는 은행에서 각각 따로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현물환 환전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이런 외환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기업의 외환업무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책금융기관, 국부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과의 협력 강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정책금융기관이나 한국투자공사, 성장사다리 M&A 펀드 등이 해외 인프라 또는 M&A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법인지급결제 허용 문제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개인지급결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증권사와 연관된 문제이므로 이번 방안과는 별개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증권업계가 법인지급결제 업무의 선별적 우선 허용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먼저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것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레버리지 규제 완화 계획은 없는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의무비율 규제 등을 통해 기업금융 중심으로 운용되는 점을 감안하여 레버리지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발행어음의 경우 발행한도가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되므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경우 레버리지 비율이 1300%까지 허용되는 효과가 있다. 단순한 레버리지 규제 완화는 고부가가치 기업금융 업무와는 거리가 먼 다른 용도로 자금이 활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투자은행 육성 차원에서 전반적인 레버리지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는 어렵다.
▲발행어음 등과 연계해 레버리지 규제가 완화되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여력이 증가하게 되는 것 아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대형화를 추진하여 자기자본이 증가하고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등에 대해 레버리지 규제가 완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ELS 발행여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확충된 자본 여력이 ELS 발행 등으로 연결되어 고위험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하반기 중 ELS 등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판매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