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이달말 내놓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놓고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책적 혜택을 지원할 초대형 IB의 기준을 '자기자본 5조원 이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미래에셋대우 특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특혜 논란=금융당국은 초대형 IB 기준을 충족하면 레버리지 규제(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비율) 완화, 법인 지급결제 허용, 외국환 업무 확대 등의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규제를 완화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지다. 레버리지 규제가 완화되면 차입 규모 확대로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커지고 다양한 투자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진다.
문제는 자기자본 5조원을 넘는 증권사가 미래에셋대우 1곳 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합병해 11월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5조8000억원에 이른다. 자기자본 2위인 NH투자증권이 4조4000억원, 합병 KB투자증권+현대증권이 3조9000억원, 삼성증권이 3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3조3000억원이다. 수익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초대형 IB의 혜택을 1등 증권사에만 몰아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5조원으로 정해지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3조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초대형 IB 자기자본 기준을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같은 3조원에서 10조원까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초대형 IB 기준을 자기자본 5조원 이상으로 결정해도 대형 증권사들이 인수ㆍ합병(M&A)이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충분히 확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가 기준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결정하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인가를 받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고 말했다.
◆5조원으로 글로벌 경쟁력 갖출 수 있나=자기자본 5조원을 충족하더라도 글로벌 IB에 비해서는 덩치가 작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91조원, 일본 노무라증권은 28조원, 중국 중신증권은 18조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5조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려면 몸집부터 키우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글로벌 IB들의 자기자본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 기준을 5조원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맞선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란 정책적 기대효과는 미미한 반면 1등과 다른 증권사의 격차만 벌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초대형 IB, 언제 도입하나=국내 증권사들도 초대형 IB 육성을 위해 증권사들이 몸집을 키우고 정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언제 도입해야 하느냐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갈린다. 제도가 먼저 도입돼야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과 국내 증권사의 몸집이 커질 때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다수의 증권사가 초대형 IB 적용 대상이 되는 게 합리적"이라며 "일단 3조원으로 시작하고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규모 커지면 5조원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올려나가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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