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이 많이 상할 것이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시공업체인 현대건설을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평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일반분양에 대한 분양승인 거절로 현대건설의 속앓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양보증은 건설사 부도 등으로 입주 예정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HUG가 대신 책임지는 장치다. 그런데 HUG가 현대건설이 신청한 분양보증을 승인해주지 않았으니, 돌려말하면 '건설 명가'를 자처해 온 현대건설의 공사 중 부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HUG가 겨냥한 것은 고분양가 행진 억제여서 건설사의 공사 수행능력과 무관하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돼 걱정스럽다"며 "가격 조정에 직접 개입할 처지도 아니어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점잖게 표현했지만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경영상태와 시공능력을 무시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신경을 바짝 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이 재건축사업을 단순도급제로 수주해 공사금액이 미리 확정됐으며 그 금액도 확보한 상태다. 사업 성과에 따라 이익이 달라지는 지분제가 아니어서 사업이 지연될수록 재건축조합과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질 뿐이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건설이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서울 강남에서 화려하게 데뷔시키려는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 사업장은 디에이치 브랜드가 처음 적용되는 곳이다. 국내 최고의 리조트급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주택사업 최강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려던 참이었다.
이래저래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HUG의 행보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3.3㎡당 5000만원 이하면 분양승인을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조건을 맞춰도 계속 하향조정된 분양가를 내세우며 보증 승인을 거절했다"며 "현재로서는 조합과 정부가 속히 적정분양가를 도출해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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