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골퍼지만 원래 왼손잡이, 세계랭킹 621위 추락 악몽, 아내도 선수 출신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사막의 왕자, 팬티 샷, 스웨덴 최초의 메이저 챔프."
세계랭킹 5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앞에 붙은 수식어다. 18일 끝난 '최고(最古)의 메이저' 145번째 디오픈에서 필 미켈슨(미국)과의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마침내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올해 40세의 백전노장이지만 메이저 우승은 처음이다. 그동안 EPGA투어를 주 무대로 활동해 국내 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스텐손의 숨겨진 이야기들이다.
1976년 4월5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태어나 12세 때 처음 라운드를 했다. 지금은 오른손으로 플레이하고 있지만 원래 왼손잡이라는 것부터 흥미롭다. 사인을 할 때나 라운드 중 화가 나 클럽을 던질 때는 반드시 왼손을 쓴다. 15세 때 핸디캡 '5', 1994년에는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9년 프로로 전향해 유러피언(EPGA)투어 11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5승을 수확했다.
스웨덴 태생이지만 아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집을 마련할 정도로 중동지역을 좋아해 '사막의 왕자'라는 애칭이 붙었다. 실제 2014년 DP월드 2연패 등 EPGA투어 11승 가운데 4승을 중동에서 수확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팬티 샷'으로 유명하다. 2009년 3월 CA챔피언십 당시 공이 진흙 밭에 떨어지자 바지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홀딱 벗고 팬티만 입은 채 샷을 날렸다.
꾸준함의 대명사다. 250주 연속 세계랭킹 '톱 10'에 이름을 올렸고, 스웨덴 선수 역대 최고인 세계랭킹 2위를 접수했다. 2013년이 하이라이트다. PGA투어 '플레이오프' 페덱스컵과 EPGA투어 '레이스 투 두바이'를 동시에 석권한 첫번째 선수다. 물론 암흑기가 있다. 2001년 '티 샷 입스'로 세계랭킹 621위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 2012년이 두번째 슬럼프다. 220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지만 부활에 성공했다.
2007년 결혼한 아내 엠마의 골프 실력이 만만치 않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USC)의 골프팀 멤버였다. 당시 USC 코치였던 퍼기 블랙먼과 친분이 있어 함께 동반 훈련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유머가 넘치는 스타일이다. 리우올림픽에 출사표를 던진 스텐손은 월드스타들이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자 "곰이 무섭지 모기는 괜찮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쿠바와의 남다른 인연이 장외화제다. 2000년 쿠바 바라데로골프장에서 열린 EPGA 챌린지(2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5타 차 완승을 거둬 정규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스텐손의 '헝그리정신'의 출발점이다. 2011년 PGA챔피언십 출전이 불발되자 스웨덴으로 건너가 클럽챔피언십에 출전해 2위를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다. 188cm에 86kg의 당당한 신체조건에 탁월한 운동신경을 갖췄지만 운전면허시험에서는 수없이 떨어진 '허당'이라는 게 재미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