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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신풍속…10년새 서울 보신탕집 절반 문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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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20여개에서 2014년 320여곳으로 줄어..."변화된 사회적 환경, 반려동물 문화 확산 등이 주원인"

복날 신풍속…10년새 서울 보신탕집 절반 문 닫았다 보신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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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기자]"우리 장사야 여름 한철인데 요즘은 정말 손님이 없다. 단골들로 겨우 먹고 산다. "


초복 전날인 16일 만난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보신탕집 주인의 한숨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주말이 겹쳐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복날 원기회복 메뉴의 제왕 '보신탕'은 이제 그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복날에 몸보신을 위해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풍습이었다. 1990년대까지 보신탕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서울시내 보신탕집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05년 520여개였지만 2014년에는 329곳으로 줄었다. 이날 찾아간 종로구ㆍ중구 일대 보신탕집 주인들은 "여름인데 너무 장사가 안 된다. 단골손님들 덕분에 그나마 장사를 유지하고 있다"며 수심이 가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유명했던 마포구 도화동 D사철탕 집도 2014년 문을 닫았을 정도다. 현재 도심 속 보신탕집은 대로변이 아닌 골목 속으로 숨어 들어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호가들의 '보신탕 사랑'은 여전했다. 이날 을지로 한 보신탕 집에서 만난 박모(73)씨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개고기가 맛이 있어서 왔다"며 "닭고기, 돼지고기도 식용으로 키워 먹는데 개고기 먹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주부 정모(59)씨 역시 "2~3개월에 한 번 기운이 없을 때마다 보신탕을 먹는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개고기를 먹었는데, 몸에서 기운이 느껴지고 체력이 보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신탕 문화가 빠른 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추세다. 농경 사회처럼 굳이 노동력 회복을 위해 절기마다 보양식을 챙겨 먹을 이유가 없어졌다. 영양 상태도 충분히 개선돼 고단백 음식의 섭취가 굳이 필요 없어졌다. 또 다양한 대체 음식ㆍ건강 식품ㆍ의약품이 등장하는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보신탕 문화 쇠퇴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학생 정혜민(21ㆍ여)씨는 "과거엔 먹을 음식이 없어서 열량이나 단백질이 높은 개를 먹었던 것 아니냐"며 "요즘은 개말고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8)씨는 "예전에는 부서회식으로 사철탕 집에 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며 "최근 들어온 젊은 사원들은 보신탕을 먹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특히 반려동물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5년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이들은 '개고기 보신탕'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15년 동안 개를 키워온 직장인 원모(여ㆍ31)씨는 "복날이라고 닭은 먹으면서 개고기만 안 된다고 하는 게 이중적이지만, 가족같이 지내온 개를 먹는다는 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식용견들의 유통과정이 얼마나 비참한줄 아냐"며 "반려동물의 증가로 사람들의 인식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름을 바꾸거나 장소를 옮겨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보신탕집이 많다"고 말했다.


보양식으로 개고기, 닭고기 등 육류 대신 수산물을 선호하는 트렌드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지난 6월24일부터 7월7일까지 보양식 재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장어ㆍ전복ㆍ낙지 등 수산물의 판매가 전년 대비 136%나 늘어났다. 이는 생닭ㆍ오리고기 등 육류 매출 상승률(43%)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성민씨는 "남편이 더위를 많이 타 전복, 장어 같은 수산물을 사러 왔다"며 "회식 등으로 평소 고기는 많이 먹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신경은(30ㆍ여)씨도 "요즘에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 많은데 굳이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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