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성장률 2.6→2.4%…글로벌 교역 부진·기업 구조조정 영향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현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치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 2.6%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그치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2%에서 1.1%로 0.1% 포인트 내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이같이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발표했던 2016년 성장률 전망치 3.7%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한은은 이어 그해 4월 3.4%로 낮춘 후 7월(3.3%)과 10월(3.2%)에 또 떨어뜨렸다. 올해 역시 1월 3.0%로 조정하고 3개월 후인 4월 2.8%로 수정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경로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3.0%, 하반기 중 2.4%로 예상했다. 4월 예상치에 비해 상반기는 0.1%포인트 오른 반면 하반기는 0.2%포인트 떨어졌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당초 3.0%로 전망했으나 2.9%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 원유도입단가(기간 평균)를 배럴당 42달러로 전제하고 계산했다.
한은이 석달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수정한 것은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의 하방 위험이 여전한 데다 소비, 투자 등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교역부진의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로 인한 하방 리스크(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음)도 있다"면서 "하반기는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950억달러로 기존 전망치(960억달러)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1%로 전망했다. 4월 전망치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올해 상반기 중 0.9% 상승률을 보였다가 하반기에 1.3%로 점차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물가도 4월 전망치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진 1.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하반기에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내수에 타격을 줄 것도 감안됐다. 이 총재는 "법의 적용범위가 넓고 처벌 조항도 강화돼 있어 이 법의 시행, 정착 과정에서 일부 업종의 업황이나 민간 소비는 분명, 어느 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한다"며 이번 경제전망에 김영란법 시행 영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올해 취업자수는 상반기 29만명, 하반기 30만명으로 각각 추정돼 올해 중 29만명 내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월 전망(상반기 32만명, 하반기 34만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실업률도 4월(3.6%)에비해 0.2%포인트 오른 3.8%로 예측됐으며 고용률은 60.3%(4월 60.4%)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앞으로의 성장경로에 있어서 상방리스크와 하방리스크가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상방리스크로는 △확장적 거시정책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심리 개선 △유가 안정에 따른 자원수출국 등 신흥국 경기 개선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개선을 꼽았다. 하방리스크로는 △브렉시트, 미국 금리인상등과 관련한 대외 불확실성 확대 △세계성장 둔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회복 지연 가능성 △기업구조조정 등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가능성을 짚었다.
향후 물가경로와 관련해서는 △석유수출기구(OPEC) 산유국들의 여유생산능력 축소로 인한 공급과잉 완화 가능성 △기상여건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 가능성을 상방리스크로 꼽았다. 반면 △캐나다·나이지리아 원유생산 재개 사능성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을 하방리스크로 봤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