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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동네' 건물주-임차인 상생 "말로만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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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ㆍ연남ㆍ익선동 임대료 최고 25% 급등
강제력 없는 자율참여…젠트리피케이션 못막아

'뜨는 동네' 건물주-임차인 상생 "말로만 그쳐" ▲과거 산업지대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상업공간으로 탈바꿈한 성수동 일대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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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32)씨는 속이 타들어간다. 건물주가 월세를 80만원 올려달라고 해서다. 고씨는 2014년 8월 10평대의 점포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으로 1년 계약했다. 지난해 계약 갱신 시기가 돌아오자 건물주는 월세를 10만원 올려 줄 것을 요구했고 고씨는 건물주의 요구에 응했다. 초기 인테리어 비용으로 이미 2000만원 가량을 투자한 상태였기 때문에 재계약을 체결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오는 8월 계약갱신을 앞두고 벌어졌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의 임대료 상승폭은 9% 이하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건물주는 "월 200만원은 받아야겠다"며 막무가내다.

건물주의 횡포에 임차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고씨의 사례는 소위 '뜨는 동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과거 성수동은 섬유회사 물류창고, 인쇄공장 등이 위치한 곳으로 산업지대 역할을 하는 낙후된 동네였다. 그런데 상권이 뜨자 건물주들이 시세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해 과도하게 임대료 상승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서울시와 구청 등이 동네에 활력을 주는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나섰지만, 강제력이 없어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114가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성수동ㆍ연남동ㆍ익선동 등 이른바 '뜨는 동네'의 임대료 상승률은 크게 높았다. 2013년 1분기 성수동의 보증금을 제외한 3.3㎡당 평균 임대료(1층 기준)는 6만3360원으로 성수동이 속한 자치구 성동구의 평균시세인 7만2600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1분기 7만7880원으로 3년 전에 비해 20% 가량 오른 1만4520원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익선동은 7만4250원에서 8만1840원으로, 연남동은 7만7880원에서 9만6690원으로 각각 10%, 25%가량 임대료 상승이 있었다.

임대료가 급등하고 급기야 쫓겨나기까지 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건물주와 임차인의 상생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어 지역 건물주와 임차인간 상생협약을 도모했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약갱신을 고심 중인 고씨는 "건물주 역시 상생협약에 참여했지만 자율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며 "성수동에서 점포를 임차해 사용하는 다른 업소들 역시 언제 임대료가 오를지 몰라 불안하다는 얘길 많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역시 성수동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4)씨는 "장기로 계약을 체결해 단 몇 년이라도 안정적으로 가게를 꾸려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지만 이 동네에서 임차인 조건 맞춰서 계약해주는 건물주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성수동의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0여평 남짓한 1층 점포의 경우 월세 100만~150만원 정도를 생각해야 물건을 찾을 수 있다"며 "상가의 경우 계약이 보통 2년 단위로 이뤄지고 법적으로 최장 5년까지는 보장받을 수 있지만 워낙 '뜨는 동네'라 건물주들이 1년 단위 계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상생협약 체결을 주도한 서울시는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생기는 것을 보면서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건물이 사적 소유물이고 상생협약도 임대인과 임차인간 자율에 근거한 것이어서 임대인이 수익을 중시하는 경우 쉽게 파기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상생협약을 지켜달라는 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경우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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