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전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면 저유가 지속에 영향을 주고 석유 수출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도 약해질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전기차 보급은 지난해 말 195개 당사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미국과 중국, 유럽 각국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억제하고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기술을 육성하는 정책에 따라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외교부의 글로벌에너지협력센터(GECC)는 12일 '전기차 보급확산이 국제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배터리 등 핵심기술이 발전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늘어나며,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간의 가격경쟁 강화 등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보고서는 미국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1회 충전에 200마일(약 322㎞)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출시하고 삼성SDI와 LG화학이 1회 충전으로 500~700㎞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오는 2023~25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특히 일부 유럽에서는 2022년까지 한 번 충전으로 800㎞까지 주행하는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해 석유업계와 전기차 업계의 전망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OPEC과 석유메이저는 전기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엑손모빌은 2040년 에너지전망에서 글로벌 전기차 비중은 4% 미만일 것으로 내다봤으며 셰브론은 50년간 자동차 시장이 현재와 같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와 전기차 업계는 배터리 가격하락과 에너지 효용성 상승속도를 감안해 2040년 전기차는 전체 신규자동차의 35% 내외(최소 25%, 최대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낙관을 반영하듯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018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며 중국정부도 2020년까지 대부분이 전기차인 신에너지차량을 500만대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GECC 보고서는 전기차와 국제유가 간의 관계와 관련해 현재와 같은 저유가가 유지된다면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전기차 확산이 원유 수요를 감소시켜 셰일혁명과 같은 원유공급 과잉상태를 초래하면서 가격폭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BNEF는 전기차 시장이 매년 60% 성장한다는 가정 아래 2023년 유원소비가 현재보다 하루 200만배럴이, 30% 성장한다면 오는 2028년 하루 200만배럴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GECC는 일부 산업 전문가들이 OPEC이 결국 과거처럼 감산에 합의해 유가를 끌어올리거나 비 OPEC 국가들과 합의해 가격을 상승궤도로 돌려놓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전기차 보급확산으로 저유가 추세가 유지되고 OPEC의 영향력 약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했다.
최영철 GECC 센터장은 "2014년 말 북미 셰일혁명에 따른 원유의 공급과잉과 국제유가 폭락에서 경험했듯이 전기차 확산은 운송부문의 디젤·가솔린 사용량을 감소시켜 저유가를 지속시키도록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OPEC의 영향력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센터장은 "우리나는 2014년 말 기준으로 에너지원별 전력 비중이 석탄 38.9%, 원자력 30%, 가스 22%, 원유 4.8% 등 화석연료 비중이 65.7%로 매우 높다"면서 "전기차 보급은 저탄소·무탄소 전력원 공급과 함께 추진해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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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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